270m 세계 最高 주탑 100% 국산기술로… 첫 한국형 현수교 ‘이순신대교’ 공사 현장
입력 2010-10-10 21:31
전남 여수시 묘도동에서 광양시 쪽을 바라보면 바다에서 솟구친 듯한 교량 주탑 2개가 눈길을 붙잡는다. 대림산업이 2007년 11월 착공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3공구(일명 ‘이순신대교’) 공사 현장이다. 묘도동과 광양시 금호동을 잇는 길이 2260m 규모 현수교로 현재 공정은 42%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일(2012년 5월 12일) 이전인 내년 4월 말 임시 개통될 예정이다.
지난 8일 오후 여수시 묘도동쪽 주탑 하단부 공사 현장.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는 호이스트를 타고 6분쯤 올라가자 주탑 최상부에 도착했다. 서울 남산(262m)보다 높은 270m로 콘크리트로 만든 주탑 중에서는 세계 최고 높이다. 맞은편 광양쪽 주탑까지 거리는 1545m. 일본의 아카시대교(1990m)와 중국 시호우먼교(1650m), 덴마크 그레이트 벨트교(1624m)에 이은 세계 4번째다.
이순신대교의 주탑 간 거리 숫자 ‘1545’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1545년)이다. 대교가 가로지르는 광양 앞바다는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 때(1598년 11월)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의 마지막 전투(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곳이기도 하다.
주탑 꼭대기에 서자 광양시 동쪽으로는 광양제철소, 서쪽으로 광양컨테이너선 부두가 보이고, 남쪽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여수와 광양 간 물류비용이 대폭 절감될 뿐만 아니라 서남해안 관광개발 여건도 크게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교가 뚫리면 여수 및 광양 국가산업단지 간 이동거리는 현재 60㎞에서 10㎞로 짧아지고, 이동시간도 80분에서 10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순신대교 건설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생산유발 1조8734억원, 부가가치 3494억원에 이어 2만6192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순신대교는 100% 국내기술로 시공되는 최초의 한국형 현수교로 건설·토목업계가 주목하는 곳이다. 김종인 대림산업 사장은 현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순신대교는 한국이 세계 6번째로 현수교 기술의 완전 자립국이 됐음을 선언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이순신대교 프로젝트에서만 약 200억원 정도의 기술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이 한국형 현수교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향후 미국, 일본, 유럽의 해외 특수교량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여수·광양=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