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연기파 배우 윌렘 데포 “영화 찍을땐 늘 0에서 시작”
입력 2010-10-08 21:56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제로(0)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플래툰’(1986)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윌렘 데포(55)가 부인인 지아다 콜라그란데(35) 감독과 함께 부산을 찾았다. 그들이 연출·주연한 ‘우먼’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초청돼서다. 8일 부산 우동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데포와 콜라그란데는 “높은 건물들 옆에 산과 숲이 있는 부산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로 이름난 데포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품마다 다른 요인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찍을 때마다 항상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역할을 맡든 처음 연기하는 것처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었을 때 하기 쉬운 시행착오나 실수를 줄여간다고. “개인적으로는 모험을 많이 해볼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도 말했다.
영화 ‘우먼’은 잘 나가는 소설가 ‘막스’가 아내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다 ‘줄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만들어내는 데포의 명연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뉴욕과 이탈리아의 풍광도 볼거리.
부부는 영화 감상의 힌트를 각기 던졌다. “제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전작의 강렬한 역할들과는 달리) 수동적이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합니다. 제목이 왜 ‘우먼’인가를 생각하면서 보시길 바랍니다.” 데포의 말이다. 콜라그란데 감독은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 영화를 비롯한 아시아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데포는 “아시아 영화를 좋아하고, 아시아 감독들과 작업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콜라그란데 감독은 “여러 해외 영화제를 통해 한국 영화를 여러 편 접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이 주목하는 영화 도시”라고도 했다.
데포는 ‘플래툰’ ‘미시시피 버닝’(1988) ‘스파이더맨’(2002)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다. 이탈리아 출신의 콜라그란데 감독은 첫 장편 ‘내 마음을 열어봐’(2002)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