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류샤오보는…2008년 당국에 구금

입력 2010-10-09 00:20

류샤오보(劉曉波)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8일에도 감옥에 있었다. 국가전복 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부터 랴오닝(遼寧)성 판진(盤錦)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고향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류는 수상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청년에서 민주 투사로=그는 지식청년(知靑)이었다. 1955년 12월생인 그는 지린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사범대학 박사를 마치고 변호사가 됐다. 컬럼비아대학, 오슬로대학, 하와이대학 등에서 방문학자로 지내기도 했다.

89년 6월 4일 천안문(天安門)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그는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류는 “천안문 운동은 내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고 회상한 적도 있다.

컬럼비아대학에 머물던 그는 천안문에 시민들이 모였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중국 공안은 ‘반혁명 선전선동’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2년간 수감됐고, 공직에서도 쫓겨났다.

석방된 뒤에도 그는 천안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95년 다시 체포돼 3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2003년 8월 중국 펜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류는 허우더젠(侯德建) 가오신(高新) 저우둬(周舵) 등과 함께 ‘천안문 4군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인들은 류의 이름을 잊어갔다. 그의 책은 금서가 됐고, 천안문 민주화 운동 기념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되면 감금당하기 일쑤였다. 전화와 외출도 자주 차단당했다.

2008년 12월 류는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중국의 전면적인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틀 전인 8일 실종됐다. 공안이 국가 전복 선동 혐의로 그를 구금했다고 밝힌 것은 한 달 뒤. 그해 성탄절 하루 만에 치러진 재판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수감 중이다.

◇중국 언론은 침묵=중국 언론은 류의 수상 소식을 극도로 자제했다. 노벨위원회 발표 2시간 뒤 신화통신이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의 비난 발언을 전한 것이 전부였다. 인터넷으로 ‘류샤오보’를 검색하면 여전히 ‘법에 따라 정보를 보여줄 수 없다’는 문구만 나온다.

일부 블로거들만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저명 학자와 작가 등 120명이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가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다음달 서울의 G20 정상회의에서 류 석방 문제가 거론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만 제1야당 민진당은 “류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