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에 스러진 ‘행복전도사’… 최윤희씨, 남편과 안타까운 동반 자살
입력 2010-10-08 21:50
‘행복전도사’로 잘 알려진 작가 겸 방송인 최윤희(63·사진)씨가 병마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동반자살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7일 오후 8시30분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한 모텔에서 최씨가 남편 김모(72)씨와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날 오전 7시15분쯤 모텔에 투숙한 최씨 부부가 늦게까지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모텔 종업원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침대와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경찰은 침대에 누운 채로 숨진 최씨의 목에 남아있는 상흔으로 미뤄 아내가 먼저 숨을 거둘 수 있게 도운 뒤 남편은 화장실에서 뒤따라 목을 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투숙한 방 테이블 위에는 최씨가 쓴 편지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경찰이 유족을 통해 친필로 확인한 ‘떠나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에는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폐에 물이 차서 숨쉬기 힘들어 응급실에 실려 갔고, 또다시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더 이상 입원해서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며 투병생활에 지친 내용이 담겨 있다.
최씨 부부의 시신은 현재 일산병원에 안치돼 있으나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는 차리지 않고 10일 화장한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최씨 부부의 죽음을 지켜본 시민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극단적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씨의 자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남겼다. 최씨를 위한 추모 게시판이 마련된 다음 아고라에도 수백명의 네티즌이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재스퍼’를 아이디로 쓰는 한 네티즌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한다”며 “그래도 자살로 생을 마쳤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 길정수 팀장은 “최씨가 병으로 고통이 극심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계 관계자들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2000년과 2007년에 최씨가 출연한 ‘아침마당’을 연출한 KBS PD는 “실제 방송에서는 대본보다 더 재치있게 말할 정도로 유머 있었고 외모나 나이 등 자신의 결점을 유머로 승화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며 “최근 통화할 때 몸이 아플 때도 있지만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하셨는데 비보를 전해 듣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송형석 마음과 마음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에 확신을 갖는 사람일수록 안 좋은 상황을 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행복하고 밝은 것만 바라보다 보면 오히려 슬픔이나 고통과 같은 생의 부정적 부분에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양=김칠호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