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 회장 ‘중징계’ 방침… 긴박한 신한금융

입력 2010-10-08 18:30

“리더십 위기”… 포스트 라응찬 찾아라

금융감독원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신한금융이 다급해졌다. 미국 출장 중인 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조기 귀국하고 재일교포 주주들도 내주에 주주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와 곱지 않은 여론으로 인해 신한의 빅3 경영진 모두 퇴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순혈주의로 일관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가 전환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까지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갖기로 한 라 회장은 8일 긴급 귀국했다. 미국 출장 중인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일정을 단축하고 이르면 12일 귀국한 뒤 금감원 제재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신한금융 주식 100만주 이상을 보유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모임인 ‘밀리언클럽’은 14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주주 모임을 갖는다. 모임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행장 해임 청구소송 등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급박하면서 신한 측은 포스트 라응찬에 대한 대응방안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서는 라 회장의 법 위반행위가 중대해 직무정지 이상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무정지는 효력 발생 시점부터 CEO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국세청도 라 회장의 탈루소득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사정기관의 협공이 예상된다. 신상훈 신한금융사장은 직무정지 상태이고 이 행장도 내분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영진 빅 3의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신한금융은 내부인사의 발탁을 통한 신속한 정상화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국내 리딩뱅크로 이끈 자부심은 외부 및 관료 인사에 대한 거부감의 근원이다. 신한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등이 차기 CEO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신한맨들의 이전투구와 비리 등으로 경영진 공백이 예상된 만큼 외부인사가 신한금융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날 신한금융 주가는 4만6500원으로 마감, 전날보다 1.8% 하락했다. 지난 5일 이후 3일 연속 하락세다.

고세욱 백민정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