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미 FTA ‘뜨거운 감자’로 부상

입력 2010-10-08 18:2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가 민주당 새 지도부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특히 재협상 여부를 놓고 최고위원들 간 의견이 뚜렷이 갈리고 있어 어떻게 당론을 모을지를 놓고 손학규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손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에서 자동차,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민주당 의원들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자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 4당과 시민사회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민주당을 바라보고 있다”며 빠른 당론 결정을 촉구했다. 그는 “초안에 독소조항이 들어 있는 것이 명백한데 자동차 쇠고기 섬유 등에서 일방적으로 미국 요구를 들어준다면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인영, 천정배 최고위원도 재협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정세균 최고위원은 재협상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그는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와 달리 미국에 저자세인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벌이면 무조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이 재협상을 반대한다고 버티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상이 급한 문제가 아닌 만큼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오히려 협상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도 방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대책 마련 후 국회 비준동의라는 조건부 찬성이 과거 당론이었다”며 “야당이 됐다고 과거 여당 때 입장을 바꾸면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협상을 둘러싼 당론 결정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손 대표는 “FTA와 관련해 (당내에) 새로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깊이 있는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오늘이라도 특위가 구성돼 당의 명백하고 명료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세균 최고위원은 특위 구성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특위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특위 차원이 아니라 의총에서 끝장 토론을 벌여 결론을 내릴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 지도부는 한·미 FTA 재협상 논란과 달리 4대강 사업 문제는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