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회, 각국 팽팽한 신경전 속 합의도출 불발 예상
입력 2010-10-08 21:47
환율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사흘 전 폐막한 벨기에 아셈(ASEM) 회의에서의 정상 간 불협화음은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해당국 경제수장 간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국익을 두고 펼쳐지는 경쟁 앞에 IMF조차 난색을 표명할 정도다.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관련 ‘서울 합의(Seoul Accord)’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은행, “환율전쟁 대공황 부를 위험”=IMF와 세계은행은 주요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오고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환율전쟁을 막기 위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7일 촉구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분쟁으로 치달으면서 보호주의를 초래할 경우 193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면서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가 환율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MF는 이번 총회기간(8~9일) 합의 도출에 비관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부트로스-갈리 IMF 운영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주요국이 환율 관련 합의를 도출하도록 요구하는 데 생각을 같이하지만 당장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트로스-갈리 위원장은 다음달 G20 서울 정상회의에 앞서 어떤 조치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늦었지만 향후 3∼6개월 안에는 절대적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이 너무 호전적인 용어로 들리며, 다수가 통화가치를 무기로 여기는 것 같다”며 공조 노력의 복원을 촉구했다.
◇환율전쟁 고조 배경과 전망=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G2 경제패권국 간의 대결 모드에 그쳤던 환율 갈등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된 근본 원인에는 경기 흐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하반기 들어 국가별 경기회복의 보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내년 성장률 전망까지 악화되면서 적정 환율을 유지해 수출경쟁력이라도 붙잡아 둬야 한다는 판단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자국 상품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일본은 물론 태국 브라질 등 신흥국도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 갈등이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됐다”며 “주요국 환율이 요동치고 통상 마찰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또한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팽팽한 심리전과 달리 실제 승부에선 진검(노골적인 시장개입)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 매각 카드와 미국의 보복관세 법안이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신흥국도 재정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얼마나 들지 모르는 시장 개입에 무작정 뛰어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공(환율 갈등 해소 문제)은 G20 서울 정상회의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자국 경기와 표심을 감안해 위안화 절상 압박을 당분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