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조 남아공 ‘원전 시장’ 열렸다

입력 2010-10-08 21:53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8일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 체결로 아프리카 원전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장관 직무대행과 디푸오 피터스 남아공 에너지부 장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양국 정부 대표로 협정서에 서명했다.

협정에는 원자력 기술 연구 및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로 설계 건설, 방사성 폐기물 분야의 협력,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국과 남아공의 공동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와 원자력 협정을 맺은 것은 이집트에 이어 두 번째다.

청와대를 예방한 칼레마 모틀란테 부통령은 “남아공은 원전 건설을 포함한 장기 전력개발 계획을 조만간 수립할 예정”이라며 “한국과는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협력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협정을 남아공 원전 건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통행증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남아공은 가압경수로 형태의 900㎿ 원자로 2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발전량은 남아공 전체 발전의 5% 수준에 불과한 상태. 남아공은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1만2000㎿ 규모의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원전 건설 기술이 최고 수준인 데다 건설단가가 유럽보다 싸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모틀란테 남아공 부통령은 이날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과 함께 신고리 3, 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모틀란테 부통령은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서열 2위인 실력자로 에너지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한편 일본이 터키 원자력 발전소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터키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천연자원 장관이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에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주터키 일본대사관과 도시바 관계자가 터키 앙카라에서 이을드즈 장관을 만나 참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을드즈 장관은 일본 측에 “한국과 대화를 끝낼 때까지 일본에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관심을 두는 원전은 터키 북부 흑해 연안의 시놉 원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곳은 한국이 수주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곳이다. 한국과 터키 실무진은 지난 6일부터 ‘원전 협력에 관한 정부 간 협약’(IGA) 협상에 착수했다. 양국은 공동연구를 완료했고 지난 6월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정부 간 원전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터키 원전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우리가 터키 원전을 완전히 수주한 것은 아니지만 G20 서울회의 때 양국 정상 간 서명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