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서민정책 각론에서 玉石 가려야
입력 2010-10-08 17:32
정부가 서민을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저소득층보다는 오히려 고소득층에 혜택을 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지적됐다. 엊그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의 올해 전기요금 감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연간 전기요금 할인액 75억원 가운데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분류된 3자녀 가구와 5인 이상 대가족 혜택에 따른 할인액이 69.9%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52.8%)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3자녀 가구에 대한 월평균 가구당 전기요금 할인액은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서초구(1만5306원)보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도봉·노원구(7978원)가 훨씬 적었다. 5인 이상 대가족에 대한 할인액 역시 강남·서초구(2만2050원)에 비해 도봉·노원구(1만3259원)가 크게 떨어졌다. 한전 측은 이에 대해 강남 지역에 3자녀 또는 대가족 가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고소득층이 아니면 자녀를 셋 이상 낳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단순히 자녀나 가족 숫자만을 기준으로 공공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다자녀가구 소득공제 확대 방안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노무현 정부가 소수 공제자 추가 공제를 없애고 다자녀 추가공제를 도입한 결과 혜택을 받은 인원과 금액이 각각 63.2%, 72.7% 줄었다. 반면에 소득수준 상위 10%의 고소득층은 수혜 인원과 금액이 각각 102.0%와 80.8%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다자녀 추가 공제가 확대(자녀 2명은 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3명부터는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되면 고소득층의 세금감면 혜택이 더 커진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서민들이 피부로 못 느낀다는 이야기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귀중한 혈세가 엉뚱한 곳에 들어가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정책을 정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총론보다 각론이 더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