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시장의 언어, 신앙의 언어
입력 2010-10-08 17:31
몇 년 전 미국 몬태나주에 있는 세계적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의 집을 방문했다. 그때 그는 자신이 ‘푸줏간집 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친이 정육점을 경영한 보통 사람인 것을 감사한다고 했다. 목수로 살아가신 예수님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용한 언어는 고급어가 아니라 시장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우리 또한 밑바닥 시장의 언어로 이웃들에게 다가가서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사는 곳에 교회의 미래가 있다고 언급했다. 피터슨 목사의 다른 어떤 말보다도 “시장의 언어를 사용하라”는 말이 뇌리에 남았다.
최근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은준관 총장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현대의 목회자들은 성도들과 함께 ‘신앙의 언어’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설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도들의 집합체인 회중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회중의 언어 속에서 신앙의 언어를 발견하고 세워나갈 때, 참다운 목회가 가능하다는 것이 은 총장의 주장이었다.
그는 목사가 성도의 집에 심방을 가서도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고 성도 내면의 언어가 소리로 나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도 내면의 언어 가운데 그리스도의 언어를 찾아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도의 언어는 대부분 시장의 언어다. 그들 내면의 언어는 살아온 환경의 소산이다. 그 내면의 언어를 잘 읽어내면서 그 시장의 언어와 신앙의 언어를 연결해 주는 것이 목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목회자가 성도 내면의 언어를 깊이 파악할 때에 그 성도뿐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많은 목회자들이 “요즘은 정말 목회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한다. 왜 어려울까. 여러 환경적·종교사회학적인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시장의 언어와 신앙의 언어에 대한 이해 부족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사귐의 기도’를 쓴 김영봉 목사는 “요즘 교회의 문제는 포스트 모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모던 식의 목회를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는 성도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는 통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포스트 모던 시대에는 회중의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목회를 하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