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한금융 환부 모조리 도려내라

입력 2010-10-08 17:32

신한금융지주가 경영권 공백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을 중징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다음달 초 벌어질 제재 심의 절차를 통해 중징계가 확정되면 3∼5년간 금융기관의 임원을 맡을 수 없게 된다.

중징계 사유는 실명제법 위반이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검사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내거나 자료를 파기함으로써 검사를 방해하려 한 부분에 대해서도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라 회장은 물론 신한은행도 실명제 위반에 조직적으로 간여했다는 것이다.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은 이미 신한은행에 의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돼 신한금융 이사회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했으며, 이백순 신한은행장 역시 최근 재일교포 주주의 기탁금 5억원 관련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최고경영자 빅3가 모두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산 규모 국내 3위의 신한금융이 뜻밖의 사태로 휘청거리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럴수록 신한금융 이사회는 신속하게 자체적인 후계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업계에선 벌써부터 관료 출신이 신한금융을 장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돈다. 하지만 관치금융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선 라 회장이 당장 사퇴하는 게 도리다. 신한 사태의 당사자격인 신 사장, 이 행장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함께 물러나야 맞다. 그것이 관치를 막는 그들의 마지막 임무이며 신한금융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아울러 감독 당국은 최고경영자의 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 장기집권의 폐해에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감독 당국의 뒤늦은 대응이다. 검찰은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라 회장이 2007년 타인 명의 계좌에서 50억원을 빼내 박 전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으나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당시 검찰과 금감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했다면 신한 사태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