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한 속편 없다? ‘대물’은 좀 다를걸
입력 2010-10-08 21:55
‘쩐의 전쟁’ ‘열혈 장사꾼’ 등 한국 성인 만화의 거장 박인권 화백의 ‘대물’을 드라마로 옮긴 SBS 수목드라마 ‘대물’(오후 9시 50분 방송)이 방송 2회만에 시청률 21.2%(TNmS)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원작의 수위 높은 노출 장면과 중국·일본을 아우르는 큰 스케일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오히려 드라마는 국내 정치판을 주요 소재로 삼은 정치 드라마에 가깝다.
◇만화 속 캐릭터는 어디로=이 드라마는 제목, 등장인물의 이름이 같을 뿐 원작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 드라마는 최초의 여자대통령 서혜림(고현정 분)이 역동적인 정치판에서 훌륭한 대통령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원작은 능글맞고 유머스러운 제비 ‘하수’가 상류층 여성들을 꼬시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제비가 되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선 ‘하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하도야(권상우 분)는 만화에서 하수의 형이다. 만화 속 하도야는 차갑고 냉철한 열혈 검사로 드라마와 달리 다소 무거운 캐릭터다. 능글맞고 유머러스한 드라마 속 하도야는 만화 속 하수와 하도야를 합쳐놓은 듯하다.
그나마 드라마와 만화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캐릭터는 하도야의 아버지 하봉도(임현식 분)다.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하봉도는 정 많고 우악스러운 남자인데 원작에서처럼 드라마에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치 드라마에 더 가까워=이 드라마는 오히려 정치 드라마에 가깝다. 유동윤 작가는 ‘여인천하’ ‘무인시대’ ‘왕과 나’등 사극과 시대극에서 당시의 역동적인 정치관계를 치밀한 필치로 묘사한 바 있다. 이번에는 배경을 2010년 대한민국으로 옮겨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정치판에 녹여낼 예정이다.
지난 6일 방송된 1회는 중국 영해에서 한국 정부 잠수함이 좌초되면서 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통령 서혜림의 모습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서혜림이 방송국 아나운서를 하던 과거로 시점을 옮겨, 그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주인공들이 사회의 부조리에 절망하고 이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부터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에 촬영을 간 남편이 피랍되면서 남편을 잃은 서혜림은 방송국과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에 분노하면서 사회 정의에 눈을 뜨게 된다.
“대한민국은 대체 누굴 위한 나랍니까. 개가 집을 나가도 찾는데 이 나라 국민은 개만도 못합니까”라고 절규하는 고현정의 열연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하도야는 국회의원 아들을 때린 자신을 경찰서에서 빼내기 위해 국회의원의 신발을 핥는 수모도 감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부도덕한 기득권층에 대한 복수심을 키운다.
정의로운 주인공들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