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경제권력’에 메스 대다… 조정래 신작 ‘허수아비춤’

입력 2010-10-08 17:50


기상 관측 이후 최초라는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폭염과 폭우가 계속된 지난 여름, 작가 조정래(67)씨는 집필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꼬박 석달 동안이었다. 인터파크에 장편 ‘허수아비춤’을 연재 중이었다. 지난 8월부터 온라인 연재된 소설은 2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220만 회를 돌파했을 만큼 인기를 모았다. “이 소설이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미래의 삶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자각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썼습니다.”



‘허수아비춤’(문학의문학)에서 그가 꺼내든 것은 경제민주화다. 6일 열린 간담회(사진)에서 조씨는 “1970년대 초중반부터 정부가 국민을 향해 지금은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축적의 시기라고 공언해왔는데 40년이 지나도 분배라는 말은 한 번도 안 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며 “국민적 욕구이자 요구인 분배 없이 여러 경제 문제가 불거져 사회를 절망시키고 많은 사람에게 왜 우리가 사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질문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란 모든 기업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서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져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조씨는 “대기업들의 비자금 사건은 나날이 커지면서 사회적 불신이 자꾸 깊어지고 있는데 왜 그런 행태들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면서 “이제 우리는 그런 물음들 앞에 정면으로 서야 할 때가 되었고 그 응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소설은 업계 2위인 일광그룹 강기준 실행총무가 비자금 문제로 실형을 받고 나온 그룹 총수로부터, 라이벌인 태봉그룹처럼 ‘회장 직속 정보조직체’를 꾸리라는 임무를 받는데서 시작된다. 태봉그룹의 1급 정보맨인 박재우는 100억원의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받고 일광그룹으로 스카우트된다. 첫 임무는 재산상속과 그룹 승계를 마무리 지을 친위조직 ‘문화개척센터’를 만들어 정계와 재계 언론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는 것이다. 소설은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정관계 권력을 장악하고, 그들과 야합해 부정한 방법으로 불법적인 경영권과 재산권 상속 작업을 하는 재벌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문화개척센터의 어마어마한 비밀금고에서 치러지는 떡값 봉투 작업과 마누라 모르게 가욋돈 50만원을 타기 위해 일광그룹 문턱을 부리나케 들락거리는 기자들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조씨는 “‘태백산맥’을 쓸 때는 국가보안법을 걱정하며 썼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걱정 없이 쓰면서도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 있을까, 왜 작가가 이런 소설을 써야만 할까 우울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