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콜리나스 ‘남쪽에서 보낸 일년’… 문학적 ‘아포리즘’ 도입

입력 2010-10-08 17:50


단국대 주최로 열린 ‘2010 세계작가 페스티벌’ 초청 작가인 안토니오 콜리나스(64)가 한국어판 ‘남쪽에서 보낸 일년’(자음과모음) 출간을 기념해 지난 6일 서울 서교동 서교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번역자인 정구석씨가 배석했다.



콜리나스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스페인에서 1985년 출간된 이래 25년간 끊임없이 개정되어 왔으며,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텍스트로 쓰일 만큼 탄탄한 서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오늘날의 생생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아포리즘 장르를 도입했습니다. 제 작품 모두가 그렇듯이 ‘더욱 저 멀리’ 가고자 하는 작품이지요. 그러므로 오늘날 강요되어온 문화나 수많은 정보에 역행하고자 하는 커다란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으로부터 오로지 현실에 대한 흑백사진 같은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이죠.”

이 세상에서 청소년이라는 존재는 흐릿하다. 그들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떤 사이, 경계에 서 있다. 소설의 주인공 하노 또한 다르지 않다. 스페인 남부 지방의 한 기숙학교, 하노는 눈앞에 책을 펼쳐놓고 앉아 햇볕을 받아들이거나 햇볕에 그대로 흡수되는 친구들을 본다. 그의 눈에는 그와 같은 교실에 앉은 친구들이 마치 빛이 들어간 사진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소설은 스페인 북쪽 출신인 하노의 눈을 통해 스페인 북쪽과 남쪽 두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북과 남이라는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발견하는 각기 다른 감성이 하노에게는 미학적인 관점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하노의 내부에는 마술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꿈과 혹독한 고통이 결합되어 있었다. (중략) 씌어진 단어와 밤의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올 목소리로 의사소통하는 행위 사이에는 비밀스런 실 같은 것이 있었다. 하노는 불현듯 모든 세계를 느꼈다. 베개를 적시는 눈물은 줄어갔다.”(34쪽)

콜리나스는 “사람들이 내 작품 중 어떤 것을 읽어야 할지 물을 때 내 대답은 항상 이 소설”이라며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시기인 청소년기를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이자 미학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고은 시인 등 한국 문인들과도 교류해왔다. 스페인에서 고은 시인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2005년 금강산에서 열린 만해축전 ‘세계평화시인대회’에 참가한 경험으로 수필집 ‘금강산 부근에서’를 내기도 했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