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문학상 바르가스 요사 작품세계…정치현실·문학적 환상 넘나드는 남미 문학의 거장
입력 2010-10-08 00:11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 출신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4)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함께 중남미 마술적 리얼리즘 문학의 한 축을 이루는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남미 출신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1982년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 이후 28년 만이며, 중미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로 범위를 확대할 경우 90년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 이후 처음이다.
◇누군가=36년 페루 아레키파의 평범한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버스 운전기사였다. 어머니는 크리올료계(백인)였다. 그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기 몇 달 전에 헤어졌다. 요사는 외가쪽 가족과 살았다. 요사는 어렸을 때 아빠가 죽은 줄 알았다. 엄마와 외가 사람들은 그에게 부모의 이혼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2살 되던 해, 외교관이었던 외할아버지를 따라 볼리비아로 이주했다. 46년 페루로 돌아온 그는 리마에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났다. 14세 때 아버지는 그를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에 입학시켰으나 그는 중퇴한 후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며 문학 경력을 쌓아갔다.
16세 때인 52년 처녀작인 3막극 ‘잉카의 탈출’을 출판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59년 단편집 ‘대장들’로 레오폴드 알라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62년에는 두 번째 작품이면서 첫 장편소설인 ‘도시의 개들’로 중남미인으로서는 최초로 스페인의 세익스 바랄 출판사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리마의 산 마르코스 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스페인의 마드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59~66년에는 파리에서 지냈다. 런던에서 3년을 보낸 뒤 69년 워싱턴주립대학의 방문 작가로 초청됐다가 이듬해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 74년 리마에 돌아온 후에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하기도 했다. 59년 파리로 이주한 그는 그곳에서 스페인어 교사와 AFP 통신 및 프랑스 국영 방송의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과 남미,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소재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페루 군사정권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의받았으나 거부했고 90년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후보와 맞붙었다가 낙선했다. 2005년 미국의 ‘포린 폴리시’와 영국의 ‘프로스펙스’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 세계=그의 소설은 코미디, 살인 미스터리, 역사적 소설, 정치적 스릴러 등으로 다양하다. 그의 문학은 페루인으로서 페루에서 산 경험과 페루 사회에 대한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여러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처럼 그 역시 현실참여적인 작가로도 유명한데 사회 변혁을 위한 노력은 그의 소설·희곡·수필 등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녹색의 집’ ‘세계 종말 전쟁’ 등의 대표작은 정치, 사회적 주제를 다룬 것들이다.
그의 소설을 보면 두 번 놀란다. 먼저 소재에 놀라고, 작가가 요사라는 사실에 다시 놀란다. 남미 원주민 마을에 대한 지배세력의 착취(‘녹색의 집’)나 아마존 수비대원들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조직된 ‘성(性) 특별봉사대’(‘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등 그의 소재는 항상 정치·사회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2008년 12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종신집권 계획을 맹렬히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차베스가 대통령 임기제한 철폐를 골자로 하는 국민투표를 강행하려 하는 것은 종신 권력독점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분명히 개헌은 종신 집권을 합법화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에는 독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81년 ‘세상 종말 전쟁’을 발표하면서 그의 문학은 정점에 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황야에 나타난 선지자를 따르는 민중들이 반란군이 되고, 결국에는 정부군에 의해 토벌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무려 1000쪽에 이르는 대작으로, 19세기 말 브라질을 배경으로 광적인 종교 집단과 정부 측 공화주의자들 사이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남미에 새겨진 침략의 역사와 정치, 신앙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1977), ‘새엄마 찬양’(1988),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1997), ‘염소의 축제’(2000), ‘나쁜 소녀의 짓궂음’(2006) 등의 소설과, 에세이 ‘혁명의 문학과 문학의 혁명’(1970), ‘사르트르와 카뮈’(1981), 대통령 선거전을 회고하는 자서전 ‘물속의 물고기’(1993) 등이 있다. 국내에도 10여편의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한편 후안 오시오 페루 문화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바르가스 요사의 수상 소식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대단한 소식이다. 정말 기쁘다. 바르가스 요사의 모든 작품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가 오래 전에 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특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페루 주요 일간지인 ‘엘 코메르시오’도 인터넷판을 통해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를 보도하면서 그의 사진을 홈페이지 전면에 크게 배치하는 등 페루가 조국의 문학 거장에 축하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