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장이머우 감독 “순수한 사랑, 감동 전하고 싶었어요”

입력 2010-10-07 21:15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저는 16∼26세의 성장기였고, 비극적이고 아픈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시대보다 사랑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장이머우(張藝謨·59) 감독이 신작 ‘산사나무 아래’를 들고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산사나무 아래’는 사회주의 중국을 배경으로 두 청춘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그는 부산 우동 CGV 센텀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상업적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추세다보니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박한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혁명기 우수한 출신성분을 지닌 청년 ‘라오산’과 우파인 아버지 때문에 어렵게 자란 소녀 ‘징치우’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치적인 시각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당시의 억압된 사회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장 감독은 “시대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순수한 사랑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웅’ ‘연인’ 등 근작들을 보고 회의를 느끼는 관객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장 감독 초창기의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인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주연 배우들은 신인이지만 수천명 중에서 뽑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도록 요구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어요.”

그의 말대로 이 영화의 주연 저우동위·두샤오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 배우다. 그들은 “거장과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감독님이 인내심을 갖고 잘 이끌어주셨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히 징치우 역을 맡은 저우동위는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이 사람이 진짜 장이머우인가. 다른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1999년 제4회 영화제의 폐막작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들고 부산을 찾은 적이 있다.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김동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장 감독의 영화를)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모시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장 감독도 “김 위원장이 떠나시는 마지막 해에 오게 돼 더욱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것도 저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인연인 것 같다”며 답례했다. 장 감독은 저녁에 열린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도 참석,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87년 ‘붉은 수수밭’으로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장 감독은 이후 ‘인생’ ‘귀주이야기’ ‘황후화’ 등을 연출했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전미비평가협회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개막해 15일까지 9일간 열리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 5개 극장에서 67개국, 308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부산=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