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사업’ 뒷거래 실태… 커미션 빼돌리고 軍기밀 흘리고 러와 ‘검은 커넥션’

입력 2010-10-07 21:42

러시아 무기 도입 ‘불곰’사업 중개업자 뒷거래 실태

무기중개사업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의 막대한 금액이 오가지만, 협상이 물밑에서 은밀히 진행되다 보니 많은 의혹과 비리가 뒤따른다.

특히 외국 무기업체와 군을 연결하는 무기 중개업자들은 외국 기업과 사적인 계약을 맺고 일을 한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국익에 반하는 고급 군사정보를 외국에 넘기기도 한다. 또 이들이 챙기는 수수료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검찰은 지난해 러시아 무기를 도입하는 ‘불곰사업’을 조사해 무기거래를 중개한 국내업체가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군사기밀까지 빼내 러시아 측에 전달한 사실을 적발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무기거래업체의 뒷거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불곰사업은 우리나라가 1991년 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14억7000만 달러 가운데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 받는 사업으로, 1차(1995∼2000년)와 2차(2003∼2006년)로 나눠 진행됐다.

2차 사업 당시 국내 무기 중개업체인 일광공영 대표 이모씨는 러시아 무기수출업체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휴대용 대전차유도미사일 등의 도입을 중개했다. 이씨는 그 대가로 러시아 업체로부터 중개수수료 460만 달러와 3차 불곰사업 착수금 330만 달러를 받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빼돌렸다.

또 검찰 조사결과 이 업체는 우리군 전력이나 불곰사업 관련 방위사업청 회의 내용 등 군사기밀을 빼내 러시아에 넘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군 내부의 고위 인사들이 이번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개수수료는 계약금에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무기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초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불러 “무기구매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국방부 예산 20% 감축이 가능하다”고 질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도 지난해 9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기획득 예산의 20%나 절감이 가능한데, 왜 지금까지 국민 혈세를 펑펑 낭비했느냐”고 당시 장수만 국방차관에게 따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