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성도들의 회개 함성, 상암벌을 수놓다

입력 2010-10-07 17:29


“주여, 제가 죄인입니다. 입만 살아있고 행위는 죽은 목회자였습니다.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이태희(성복교회) 목사가 울먹이며 참회 기도를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회개의 탄성과 눈물이 흘러나왔다.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들, 두 손을 높이 들고 “주여, 주여”를 외치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7일 ‘나라와 민족을 위한 회개 금식기도 대성회’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응원의 함성 대신 이처럼 수만 크리스천들의 참회 열기로 뜨거웠다.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받아주소서….”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사)민족복음화운동본부(총재 이태희 목사)가 마련한 이번 성회는 100여년 전 평양 장대현교회의 말씀사경회에서 길선주 장로가 그랬던 것처럼 통렬한 죄책 고백으로 시작됐다.

“열정이 사라진 신앙생활을 회개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결의합니다!”

성회 총사업본부장 조성철 목사가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결의문을 낭독하자, 참석자들이 “아멘”으로 화답했다. 참석자들이 ‘인애하신 구세주여’라는 회개 찬양을 부를 때에는 그 장엄함에 전율까지 느껴졌다.

이번 성회는 지난 서울시청 앞 8·15 대성회에 이은 한국교회의 대표적 행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의회선교연합, 한국미래포럼, 국회조찬기도회, 교회와경찰중앙협의회, 백석대 등 40여개 기독 단체들이 후원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기하성 구세군 등 주요 교단 교회들이 참여했다. 외국인근로자들과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도 자리를 함께 했다.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개회사를 통해 영적 각성을 눈물로 호소했다. 조 목사는 “이 시대의 영적 주체인 교회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 등 각계 각층의 범죄가 극에 달했다”며 목회자와 성도들의 진심어린 회개와 성령 충만함을 거듭 주문했다.

이어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우리 민족이 사는 길은 예수 믿고 성령충만 받는 것이며 이를 위해 회개운동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호균(화광교회) 목사도 “우리 모두 십자가 밑에 무릎 꿇고 회개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 세계 제일의 강대국으로 세워주실 것”이라고 설교했다. 장종현 백석학원 설립자와 김동권(진주교회) 원로목사는 “우리 민족이 21세기 제2의 오순절 성령의 역사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고훈(안산제일교회) 목사는 ‘주여! 우리로 이곳에 미스바 제단이 되게 하소서’라는 회개의 시를 낭송하며 1907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성령의 바람이 또 다시 이 땅에 임해주시길 것을 기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도들로 가득 찼다.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성도들의 모습에서 결단이 느껴졌다. 옛날 미스바에 모인 이스라엘 민족처럼, 재앙의 경고를 듣고 백성으로부터 왕까지 회개한 니느웨처럼, 이번 성회가 한국교회를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을 모두 기대했다. 십자가의 영성, 천국의 소망을 되찾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신옥(58) 부천소망교회 목사는 “교회는 물론 각계 지도층부터 회개해야 이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며 “마음껏 나라와 민족, 우리 자신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기뻤다”고 했다. 이옥근(52) 성복교회 권사는 “가족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뜨겁게 기도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에도 큰 도전을 받았다”며 “믿음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성회 기간을 금식 기도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번 성회는 8일 오후 3시 차세대 리더십 집회, 아프리카 케냐의 사역자인 데이비드 오워(회개와거룩함미니스트리) 대표의 치유집회 등으로 이어진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