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위안화 절상땐 세계에 재앙 온다” 직격탄… 美·유럽연합 전방위 압력 맞서 공격적 방어

입력 2010-10-07 21:29

미국이나 유럽의 요구대로 중국 위안화의 절상이 이뤄지면 “세계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말했다.

미국-유럽연합(EU)의 전방위 위안화 절상 압박에 중국이 공격적인 방어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선(戰線)이 ‘중국 대 선진국’의 구도로 그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격=원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중국-유럽 비즈니스 포럼 강연에 나섰다. 직전에 폐막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원 총리와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정상 회담을 가졌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난 터였다. 기자회견도 취소해 버렸다.

롬파위와 한판 벌인 뒤 EU의 고위 관료와 경영인들 앞에 선 원 총리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전 세계가 주목했다. 원 총리는 외교적 수사를 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더러 위안화 가치를 20∼40% 더 올리라고 한다. 그러면 중국의 많은 수출기업이 망한다. 거기에 투자하거나 일하고 있는 외국인도 손 털고 돌아가야 한다. 중국 사회와 경제에는 격변이 벌어질 것이다. 중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의 혼란은 곧 세계의 재앙이다.”

원 총리는 “솔직히 우정 어린 마음으로 말하건대, 여러분은 위안화 조정을 압박하는 (미국의) 목소리에 동참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다.

유럽과 미국은 경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한방 먹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를 꾸짖었다”고 전했다.

◇IMF·G20으로 확전=원 총리의 반격과 상관없이 중국을 향한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 연차총회, 23일 경주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연석회의, 다음 달 서울 G20 정상회의는 중국을 향해 집중포화를 쏘는 전장이 될 전망이다.

IMF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6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통화 가치가 너무 저평가된 나라들이 절상에 나서는 게 매우 중요하고, IMF 총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제로금리를 선언한 일본이 환율 마찰의 불을 댕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일본보다는 중국을 압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라이너 브루더레 독일 경제장관도 “G20 회의에서 중국과 위안화 문제를 얘기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FT는 사설에서 “2조5000억 달러라는 최대 규모의 외환 보유국이자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외환시장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지목했다. FT는 “위안화 환율만이 아니라 저임금에 의존한 무역흑자도 문제”라며 “외환시장의 긴장이 실제 환율 분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