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2등 할 줄 알았다” VS 손학규 “왜 3등은 아니고”

입력 2010-10-07 21:52


민주 손 대표 취임 인사차 한나라 방문 ‘신경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7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을 찾아 안상수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까칠한 발언을 쏟아내며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썼다.

안 대표가 “사실 나는 (손 대표가) 2등 할 줄 알았다”고 농담을 하자, 손 대표는 “왜. 3등은 아니고”라고 즉각 응수했다. 다소 당황한 안 대표는 “조직이 약하다고 해서, 조직이 센 사람이 1등 하고 손 대표가 2등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당선돼서 좋아했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너무 겁나게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좀 헷갈린다”며 견제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에 손 대표는 “역시 민심이 무섭다. 당내 조직기반 없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고 정권교체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너무 강한 게 아니라 그게 국민의 목소리”라고 받아쳤다.

안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니까 상생의 정치를 펴는 게 어떻겠느냐”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손 대표는 “상생이란 것이 자칫 ‘짝짜꿍이 되자’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며 세운 날을 거두지 않았다. 손 대표는 안 대표의 월 1회 정례회동 제안에도 “정치가 국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원내 기능에 당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손 대표는 진보신당 노회찬,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에게는 ‘야권연대’를 강조하며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나서는 시종일관 깍듯한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잘 지도해주시고 조정역할을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날 김영춘 전 의원을 공석이던 지명직 최고위원에 내정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 즉 세대교체의 흐름을 강화할 인물인 데다 전국 정당화와 범야권 통합을 구현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경륜 있는 영남 출신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86출신의 개혁적인 김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6·17대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2003년 7월 김부겸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2007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후보의 선대본부장을 지냈다. 18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선 부산 지역에서 출마할 계획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