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나누고 베풀고… 배추대란 속 ‘온정대풍’

입력 2010-10-07 18:11

배추 수천 포기를 산지값으로 판 뒤 수익금 일부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기증하기로 한 농사꾼, 주말농장을 일궈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해서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전달키로 한 주민들….

‘배추대란’으로 서민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상황에서도 온정을 나누는 따스한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에서 1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삼성(52)·김옥선(49·여)씨 부부는 지인의 제안을 받아 최근 수확한 배추를 싸게 판매한다고 한 야당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절임배추 1㎏당 1250원이라는 소식에 주문이 쏟아져 판매량을 2배로 늘렸으나 하루 만에 동이 났다.

모두 2500㎏을 판 이씨 부부는 대금의 20%인 62만여원을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며 5년째 농성 중인 D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이씨는 “요새 배추값이 폭등했지만 그 값의 대부분은 농민이 아닌 중간상인이 가져가는 수익”이라며 “(노동자들이) 저리 고생을 한다니 적은 돈이나마 도움이 돼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일동 주민센터 조상은(57) 동장과 주민자치위원들은 요즘 마을에 있는 텃밭을 찾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은 올해 3월 자치위원장인 양준영(69)씨로부터 빈터(3640㎡)를 무상으로 얻어 함께 상추와 갓 등을 심었다. 8월에 심은 배추씨는 무럭무럭 자라 공동농장에서만 1000포기 이상을 거뜬히 수확할 수 있게 됐다.

자치위원들은 이 가운데 500포기는 직접 김장을 해서 오는 13일 저소득층 가정과 홀로 사는 노인, 다문화가정, 새터민 가족 등 50가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나머지 500여 포기는 마을 장터에서 시중가격의 60% 수준에 팔 계획이다.

한 주민은 “내년에는 200여 가구에 김치를 나눠주기로 했다”며 “농사솜씨를 더 길러야겠다”고 전했다.

충북 괴산군 시골절임배추생산자협회는 전국 처음으로 최근 괴산시골절임배추를 시세의 20%(20㎏ 1상자 2만5000원·택배비 별도) 가격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군청 인터넷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팜스테이마을도 회원을 대상으로 절임배추를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20㎏ 1상자 3만원)에 800상자를 팔고 있고, 강원도 영월의 늘푸른농가도 1000상자를 같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전국종합=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