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사, 초고속 성장비결… OEM으로 시작된 기술력 탄탄
입력 2010-10-07 18:40
“삼성전자 갤럭시S의 디자인은 고급스럽지 못하다(cheap). HTC 제품 디자인이 더 흥미롭고 기능도 뛰어나다.”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초우 사장은 지난 6일 타오위안시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HTC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 림, 애플에 이은 4위 업체로 삼성전자(5위)를 앞서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 스마트폰 시장만 따질 경우엔 HTC가 지난 5월 기준 53%의 점유율로 단연 1위다. 역사가 짧고(1997년 설립), 초대형 기업도 아니지만(직원 수 8200여명)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를 1100만대가량 판매해 매출 45억 달러(5조원), 영업이익 7억9000만 달러(88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벌써 1600만대 가까이 팔았다. 초우 사장은 “3년 내 스마트폰 3위권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고속 성장의 비결은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빨리 눈을 돌린 순발력과 축적된 기술력이다. HTC는 설립 이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해오다 2006년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 초엔 구글이 직접 설계한 안드로이드폰 ‘넥서스원’의 제조를 맡아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존 왕 HTC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13년 전부터 단순한 OEM이 아닌, 직접 디자인하고 제안하는 작업을 해오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자체 브랜드로 전환하게 됐다”며 “3000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이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HTC는 7일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100여명의 기자들을 모아놓고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디자이어HD’와 ‘디자이어Z’를 공개했다. 둘 다 안드로이드 OS 2.2버전을 탑재한 모델로 디자이어HD는 4.3인치 대화면, 디자이어Z는 쿼티 자판이 특징이다. 두 제품 모두 새로운 ‘센스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적용됐다. 가방 속에 있을 땐 벨소리가 자동으로 커지고 꺼낼 땐 소리가 작아지는 식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UI다.
또 이번에 선보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센스닷컴’을 이용하면, 단말기를 잃어버렸을 경우 PC상의 지도에서 위치를 찾고 원격으로 단말기 이용을 차단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나 통화기록의 PC 저장도 가능하다.
HTC는 2년 전부터 한국 시장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이번 신제품 디자이어HD도 다음 달 KT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초우 사장은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여서 2008년 진출 이후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적응기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타이페이=글·사진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