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레빈 독일 뮌헨대 교수 인터뷰

입력 2010-10-07 20:15


[미션라이프] 지난 달 외신은 구약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홍해를 가른 사건의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과학자가 당시 지형을 본뜬 모형에 12시간 동안 시속 101㎞의 바람을 불게 했더니 물 사이로 마른 땅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경의 어떤 사건이 사실이라는, 또는 사실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크리스천으로서는 사실이라면 반갑고, 아니라면 찜찜하게 마련인데, 과연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현재 세계적인 석학인 세계구약학회장 크리스토프 레빈(60·독일 뮌헨대) 교수가 한국에 와 있다. 지난달 말부터 연세대 한신대 협성대 이화여대 감신대 등에서 총 10차례에 걸쳐 구약학 강의를 해 왔다.

강의 중인 레빈 교수를 서울 수유리 한신대 대학원으로 찾아가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평신도들이 구약성서의 역사적 기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점이었다. 레빈 교수는 이에 다양한 예를 활용하며 열정적으로 답했다.

그는 먼저 “구약의 기록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위의 홍해 바다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어리석은(foolish) 시각을 보여주는 예”라고 일갈했다. “출애굽기의 홍해(Red Sea)가 실제로는 수에즈만 북부 아카바만의 ‘갈대 바다’(Reed Sea)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그는 고대인의 기록은 자신의 시각과 생각을 사실처럼 기술했으며 이전 시대 기록에 후대의 생활상과 사상이 섞여 있는 예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구약 성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레빈 교수는 “구약 안에는 신학적 메시지가 다양하게 들어 있다”면서 “이를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시각과 염원을 감안하며 지금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며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하듯이 읽으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약의 희생 제사에 대한 설명은 우리에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안식일에 대한 태도, 정하고 부정한 것에 대한 기준, 남녀의 구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현 시대와 안 맞을 뿐더러 예수의 복음과도 모순됩니다.”

그는 그러나 성서가 역사와 다르다는 것이 기독교인의 믿음을 약화시킨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가 구약을 연구하게 된 것은 크리스천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신앙을 위해 성서 본문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레빈 교수는 “나는 성서보다 복음을 믿는다”는 스웨덴의 한 루터교 주교의 말을 인용했다. “기독교인에게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냐 아니냐는 건 믿음의 문제입니다. 성서의 한 사건이 역사 그대로 쓰여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믿음이 좌우되는 된다면 ‘도대체 무엇에 대한 믿음이냐’고 되묻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통일 20년을 맞은 독일인으로서 한국민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통일 후 독일인들은 분명 하나의 언어로 말하고, 하나의 국가에서 하나의 역사를 써가고 있지만 여전히 두 개의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실제 통일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통일 후 닥칠 경제적 어려움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혈 충돌 없는 통일을 이루는 데 독일 교회가 크게 기여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서는 “그것은 서독이 아니라 동독 교회들”이라면서 “동독 내에서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방구 역할을 했던 교회들이 서독과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통일에 기여했다는 점을 한국 교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