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액체납자 관리 말로만 할건가
입력 2010-10-07 20:51
매년 국세청의 업무 계획에는 고소득 자영업자 및 전문직 종사자의 세금 탈루 방지와 고액체납자 관리 강화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세금 탈루와 체납을 막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유리지갑’인 급여생활자 등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돌아간다. 세정 당국이 입버릇처럼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적한 고액체납자 관리 실태를 보면 이런 상태에서 조세 정의가 실현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5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와 체납액이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7668명(1조3311억원)이던 것이 2008년 9005명(1조4105억원), 2009년 9792명(1조680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국세 체납액 11조6486억원 가운데 고액체납자의 체납액은 4조4225억원(38%)에 달했다.
고액체납자들에 대해서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국 규제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당해연도 신규 출국 규제자 4661명 가운데 64%가 해제되는 등 출국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심지어 고액체납자 가운데 연간 3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2008년 95명, 2009년 75명, 올 상반기 30명에 달하니 출국 규제를 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국세청이 출국 규제 기간연장 요청을 하지 않아 자동으로 해제된 경우도 매년 수백명에 이른다. 이러니 고액체납자들이 ‘버티면 그만’이라며 배짱을 부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