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차별은 백해무익”… ‘다문화 코드’ 펴낸 여성가족부 이성미 과장
입력 2010-10-07 17:35
여성가족부 이성미 과장(행정관리담당관)은 “나는 미쳤다”고 말했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라 앉으나 서나 다문화 생각만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문화에 관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다문화 코드’(생각의 나무)란 책을 펴낸 이 과장을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여성가족부 청사에서 만났다. 이 과장은 1시간30분 동안 쉴 새 없이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돌아가신 앙드레 김 선생님은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이 뿌리를 내리는 데 큰 힘을 실어주신 분이예요. 제가 전화로 다문화 가족 돕기 패션쇼를 제안하니까 ‘저를 그렇게 귀한 자리에 불러주시다니, 고맙습니다. 근데 제가 귀가 어두워요. 좀 더 크게 말씀해주세요! 더 크게, 더 크게요!’라고 소리치시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2005년 6월 여성가족부에서 초대 다문화가족과장을 지낸 그는 지난 3월까지 한국에 온 이방인들과 그 가족들을 접하면서 함께 고민하며 울고 웃었던 갖가지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책은 다문화 가족을 감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6월 현재 180개국 121만여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국가가 원했든, 개인이 원했든 모두 우리나라가 필요로해서 온 분들이에요. 힘든 일을 도맡거나 아기들을 낳아 열심히 기르고 있죠. 한국이 이만큼 부자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고요. 그런데 다르다고 차별하다니, 그래선 안 됩니다. 이젠 미우나 고우나 한 배를 탄 동지라고요.”
이 과장은 다문화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우선 다문화 식당 이야기부터 꺼냈다.
“외국인들은 경제력이 없으니까 무시를 당하곤 해요. 돈을 벌면서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는 비법이 있어요. 다문화 식당이죠. 돈을 벌면 남편과 자녀에게도 떳떳할 수 있잖아요.”
“외국인 엄마를 ‘엄마 교사’로 채용하면 어떨까요? 자식에게 자신의 나라 말을 가르치도록 하고 한 달에 몇 만원씩 지원해보자고요. 아이는 두 나라 말을 하니 좋고, 엄마도 스스로 자긍심을 세우고요. 근사하죠?”
“70∼80년대 한국인 며느리들이 일본으로 많이 갔는데, 일본에선 한국인 며느리를 들인 가정을 하프(절반)라고 생각했대요. 근데 지금은 더블(두배)이라고 한답니다. 한국인 며느리들이 똑똑한 것도 있었겠지만 차별은 백해무익하다는 걸 일본인들은 깨달은 거죠.”
이 과장은 이밖에도 여러개의 아이디어를 더 쏟아낸 뒤에야 “제가 너무 일 이야기만 하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책에는 이 과장이 말로 다 하지 못한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들과 각종 통계자료 등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다문화를 이해하려는 모든 이에게 길잡이가 될만하다.
글·사진=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