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역량 하나로” 保·革 손잡았다… ‘평화·통일 위한 기독인연대’ 창립대회

입력 2010-10-07 17:59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 연합기구인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 연대’(평통기연)가 7일 공식 발족됐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200여명의 교계 인사들과 통일운동가들은 이날 오전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평통기연 창립대회를 열고 기구를 공식 출범시켰다.



평통기연은 그동안 기관이나 교단, 교회별로 벌여오던 각개전투식 평화와 통일운동을 지양하고 한국 교회의 통일 역량을 한데 결집시키기 위한 상설 기구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을 계기로 한 북한 돕기 운동,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드린 공동예배 등 통일과 관련한 진보와 보수 교계의 연합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행사에 그쳤다.

평통기연에 진보와 보수교계가 함께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통일운동에 있어서 교계는 그동안 진보와 보수가 서로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선임된 임원들 면면에서 이 같은 평통기연의 연합 의지는 분명히 드러난다. 길자연(왕성교회) 박종화(경동교회) 손인웅(덕수교회)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목사가 상임공동대표에, 정종훈 연세대 교수와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가 공동사무총장을 맡았다.

명망가 위주의 통일운동이 아니라 실제적인 통일운동가들이 참여한다는 것도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평통기연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238명의 운영위원 명단에는 목회자와 교수 207명을 비롯해 통일 관련 NGO를 이끌고 있는 31명의 통일운동가들이 포진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계 주요 인사들도 이 같은 평통기연의 창립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홍정길 목사는 설교를 통해 “우리에게 통일이 주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받을 자격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신뢰하고 온 마음을 다해 그 뜻을 펼쳐나갈 평통기연 활동가들을 통해 후유증이 없는 복스런 통일을 이 땅에 허락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흥복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진보와 보수가 함께 참여하는 평통기연을 통해 화평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만 전 미국장로교(PCUSA) 총회장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되도록 해외에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지역별 평통기연 모임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평통기연은 비전선언문을 통해 신사참배 참여 등 한국 교회의 과오를 뉘우치면서 “신학과 이념의 갈등을 넘어서서 성경적인 통일관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보수와 진보가 함께 만나 논의하고 기도하는 연합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평통기연은 올해 안에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평화통일 교육서’를 발간하고, 내년부터 1∼2년에 한 번씩 통일 대회를 개최해 젊은이들의 통일의식을 고취시키기로 했다(cnpu.org·070-8286-0506).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