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때 무심코 쓴 단어들… “480만 장애인, 인권침해에 또한번 웁니다”

입력 2010-10-07 17:57

소경, 봉사, 귀머거리, 귀먹은 자, 벙어리, 중풍병자, 앉은뱅이, 문둥이, 절름발이, 병신, 곱사, 난쟁이, 불구자….

크리스천들의 언어생활에서 특별한 의도 없이 언급될 수 있는 단어다. 이는 장애인을 지칭하는 비속어로 인권침해 소지가 매우 크다. 실제로 일부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고 목회자들의 설교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와 그의 가족이라면 결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글 개혁성경에는 소경 67회, 문둥병 48회, 벙어리 18회, 문둥이 12회, 중풍병자 11회, 귀머거리 10회, 앉은뱅이 5회, 불구자 4회, 귀먹은 자·병신 2회, 곱사 1회 등이 언급돼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7일 “무심코 던진 이 같은 단어들이 우리나라 480만명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관련 용어의 순화 및 시정을 강력히 요청했다. 아울러 교회가 인권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성경 용어를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설교 시 문둥이, 문둥병, 나병, 나환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이 병을 인용한 설교를 자제하면 좋겠다”면서 “부득이 사용할 경우 한센병, 한센인으로 바꿔 사용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회장은 “한센병은 하나님께 저주받은 자에게 내려지는 천형이 아닐 뿐 아니라 전염성이 극히 낮은 피부병이다. 현대의학으로 단기간 내 완치 가능한 질환”이라며 “부정하고 저주받은 병으로 단정하는 기존의 성경 주석과 해석을 수정해줄 것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양원 한기총 인권위원장도 “전국 한센인 및 그 가족들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임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불식시켜 달라”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장애우라는 단어 사용도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장애우는 장애인의 또 다른 표현으로 고통 받는 장애인들을 벗으로 대우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지만 이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 보기보다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대상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면서 “장애인이란 용어를 써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센인 인권회복 NGO 한빛복지협회는 “지난 2월 7일부터 9월 22일까지 한센병 인용 인권침해 설교방송이 10회에 달했다”면서 “매스컴이 앞장서서 용어 순화운동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목회자들이 평소 설교문을 작성할 때나 매스컴이 설교방송을 할 때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부분을 시정하거나 삭제해주기를 바란다”며 “향후 해당 언어를 사용해 한센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면 반드시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법기관에 재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