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선동열 감독-두산 김경문 감독 ‘태양과 달’ 지략 싸움 불꽃

입력 2010-10-07 19:05


삼성과 두산의 경기를 흔히 ‘태양과 달’의 싸움이라고 한다. 양팀 선동열·김경문 감독의 성과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지만 그만큼 선수 외에도 두 감독의 지략 싸움이 치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태양과 달’의 지략·용병술 대결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삼성 선 감독은 국보급 투수라는 별칭에 맞게 ‘지키는 야구’의 1인자다. 선 감독의 강점은 해태에서 뛰던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계투 운용책을 배워 단기전에서 불펜 운용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이같은 불펜 운용 방법으로 2005년 삼성 사령탑에 앉은 뒤 2005년 이후 2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올시즌 정규리그에서도 삼성 구원투수진은 평균자책점이 3.35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고 5회까지 앞섰을 때 58승2패라는 압도적인 승률(0.967)을 올렸다. 선 감독은 위기의 순간 상대 타자에 따라 정현욱, 권혁, 권오준 등 ‘필승 계투진’을 내세워 승리를 챙긴다.

두산 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단을 휘어잡고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발휘된 ‘감의 야구’는 김 감독에게 ‘작두 경문’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이 선수가 이 순간 뭔가를 해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선수를 기용하면 그 선수는 영락없이 경기에서 대활약했다. 실제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패해 벼랑에 몰린 채 맞은 지난 2일 3차전에서 김 감독은 타격감이 좋은 이종욱을 톱타자에서 3번 타자로 기용했다. 이종욱은 기대에 부응하듯 0-2로 끌려가던 4회 흐름을 바꾼 우월 솔로포를 터뜨리고 타선을 일깨웠다. 4차전에서는 3-2로 앞선 9회 1사 2, 3루에서 임경완에 맞서 대타로 정수빈을 기용했고, 정수빈은 벼락같은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4·5차전에서도 주전 포수 양의지 대신 용덕한을 선발 포수로 내보냈고, 용덕한은 결국 준플레이오프 MVP가 됐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종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러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김 감독의 용병술이 더욱 절실하다. 실제 김 감독도 “준플레이오프에서 고생한 선수 대신 체력이 상대적으로 남아있는 선수를 많이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난 삼성과 두산. 과연 태양과 달 중 누가 마지막 더욱 빛이 날 지 지켜보는 것도 플레이오프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