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교계 망라한 상설 통일 기구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 창립

입력 2010-10-07 12:35


[미션라이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 연합기구가 공식 발족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는 7일 오전 7시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0여명의 통일 운동가와 교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열었다.

평통기연은 그동안 기관이나 교단, 교회별로 벌여오던 각개전투식 평화와 통일운동을 지양하고 한국 교회의 통일 역량을 한데 결집시키기 위한 상설 기구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을 계기로 한 북한 돕기 운동,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예배를 드리는 등 연합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행사에 그쳤다.

통일운동에 있어 진보와 보수 교계는 그동안 양측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번 평통기연 창립은 진보와 보수교계가 함께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날 선임된 임원들 면면에서도 평통기연의 연합 의지는 또렷하게 나타난다. 길자연(왕성교회) 박종화(경동교회) 손인웅(덕수교회)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목사가 상임공동대표에, 정종훈 연세대 교수와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가 공동사무총장을 맡았다.

명망가 위주의 통일운동이 아니라 실제적인 통일운동가들이 참여한다는 것도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평통기연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238명의 운영위원 명단에는 목회자와 교수 207명을 비롯해 통일 관련 NGO를 이끌고 있는 31명의 통일운동가들이 대거 포진됐다. 평통기연측은 “평통기연이 지난해 한국 교회의 회개와 방향을 담은 3·1 선언의 정신을 잇는 만큼 참여인사들도 대부분 선언 서명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계 주요 인사들도 이 같은 평통기연의 창립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홍정길 목사는 설교를 통해 “우리에게 통일이 주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받을 자격이 안갖춰졌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신뢰하고 온맘을 다해 그 뜻을 이 땅에서 펼쳐나갈 평통기연 활동가들을 통해 후유증이 없는 복스런 통일을 이 땅에 허락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흥복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진보와 보수가 함께 참여하는 평통기연을 통해 화평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만 전 미국장로교(PCUSA) 총회장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도움이 되도록 해외에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지역별로 평통기연 모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평통기연은 비전선언문을 통해 신사참배 참여, 독재정권에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 냉전을 극복하지 못하고 편승한 점 등 한국 교회의 과오를 하나 하나 짚었다. 그러면서 “신학과 이념의 갈등을 넘어서서 성경적인 통일관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보수와 진보가 함께 만나 논의하고 기도하는 연합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평통기연은 올해 내로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평화통일 교육서’를 발간하고, 내년부터 1~2년에 한번씩 통일 대회를 개최해 젊은이들에게 통일의식을 고취하기로 했다. 또한 통일과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명서나 토론회 등을 통해 한국 교회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나갈 방침이다(www.cnpu.org, 070-8286-0506).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