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 사 먹는 게 더 싸다… 2㎏짜리 ‘金추’로 김치 담글때 ‘차포’ 떼면 1㎏ 밖에 안돼

입력 2010-10-06 21:11


6일 오후 서울 가양동의 한 대형마트. 주부 도윤자(46)씨는 주부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포장김치 4㎏짜리를 한 봉지 샀다. 도씨는 “배추가 비싼 데다 속이 너무 비어있어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사 먹는 것만 못할 것 같아 사서 먹기로 했다”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김치를 사지만 김장 때까지 이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추를 비롯한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공된 김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판매되는 2㎏짜리 배추 한 포기는 9200원이고 종가집 포장김치 2.3㎏ 제품의 판매 가격은 1만7700원이다.

100g당 가격으로 비교하면 배추는 460원, 포장김치는 769원이다. 한눈에는 포장김치 가격이 더 비싸다. 하지만 배추 한 포기에서 나오는 김치 양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통 배추 한 포기에서 나오는 김치 양은 배추 무게의 70% 정도에 해당된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배추는 작황이 좋지 않아 품질이 나쁘다. 게다가 싱싱하지 않은 겉껍질을 떼어내고 나면 배추 무게가 크게 줄어든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 시점에서는 2㎏짜리 배추를 사도 실제 김치로 쓸만한 양은 50%가량인 1㎏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김치를 담글 때 들어가는 부재료 가격과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김치를 담가먹는 것이 더 낫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추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은 배추 작황 부진과 마찬가지 원인 때문이다. 배추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일교차가 적당해야 하고 고온다습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 배추는 하루만 폭우가 심하게 쏟아져도 품질이 떨어진다. 지난 여름에 심어 요즘 출하되는 배추는 비가 자주 내리고 밤에도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자라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공 김치의 가격 역전 현상은 배추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나올 김장용 배추는 요즘 나오는 배추보다 품질 면에서도 더 나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9월 중순 이후 비가 덜 오고 있어 김장 배추 작황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현상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김장철을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