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FTA 서명] 수입車 최대 2000만원↓… 佛와인·돼지고기 싸져

입력 2010-10-06 19:08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정식서명이 이뤄지면서 국내 업계와 국민생활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벤츠나 BMW 등 유럽차를 지금보다 최대 200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고, 저렴한 프랑스산 와인과 돼지고기 등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업종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자동차, 휴대전화, 선박 업계는 유럽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어 기대가 크다. 그러나 낙농품, 과일, 넙치, 골뱅이 등 유럽산 먹을거리가 몰려오면서 농수산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EU는 공산품에 대해 5년 내에, 한국은 7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이에 따라 EU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선박, 디스플레이, 자동차, 자동차 부품, 휴대전화 부문의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최대 수혜는 국내에서 만들어져 유럽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와 부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도 유럽차를 싸게 살 수 있게 되는데다 중소형 수입차도 들어오면서 국내외 자동차 업계 간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8% 과세율인 1500㏄ 초과와 1500㏄ 이하 승용차는 각각 3년, 5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이에 따라 국내 판매가가 1억2590만∼2억6900만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930만∼1990만원가량 가격을 내릴 수 있고, E클래스는 480만∼1040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MW와 폭스바겐, 아우디의 경우도 배기량에 따라 300만원에서 2050만원까지 가격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TV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제품(14%)과 섬유 신발(최고 12∼17%) 등도 현재 관세율이 높기 때문에 발효 이후 수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또 이번 FTA로 플라스틱, 석유수지, 액정디바이스 부품, 디젤엔진 등 17개 품목을 수출유망 품목으로 꼽았다. 아직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 중국 일본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물품들이어서 가격경쟁력 면에서 이득을 볼 것이란 계산이다. 15% 관세율이 즉시 철폐되는 와인 수입 업체도 국내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 EU 회원국의 경쟁력이 월등한 고부가가치형 정밀화학이나 기계 분야에선 유럽 제품의 공세로 국내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U는 바스프 등 세계 30대 화학기업 가운데 13개를 보유한 ‘화학제국’이다. 의약품과 화장품, 농약도 비상이다. 유럽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평균 35%가량에 달해 양측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측 타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쌀 이외의 농수산물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분야 피해 규모를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