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스타가수로 뜨다… 그룹 ‘다이버시티’ 한국인 2세 실크 르콤의 꿈과 도전
입력 2010-10-06 17:45
한국인 2세가 아프리카 케냐에서 10대 유명 가수로 활동 중이다. 미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실크(한국명 수진·16)다. 11세에 가수가 된 그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을 꿔라. 그러면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달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인근의 한 스튜디오. 실크가 남성 2명과 R&B곡을 열창했다. 가사는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스와힐리어였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케냐에서 살았다. 스와힐리어는 물론 케냐의 다른 종족어 키쿠유족어와 불어도 유창하다.
실크는 이들 남성 2명과 그룹 ‘다이버시티’로 활동한다. 움리치(32)는 우간다 출신이고 쉬브(20)는 인도 태생이다. 이 때문에 영어, 스와힐리어, 남아공의 줄루어, 인도어, 불어 등 총 9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실크는 “다양한 언어로 다양한 나라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멤버 3명의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의 가수 데뷔는 아버지 빌 르콤(49) 목사의 도움이 컸다. 미국인 선교사인 그는 딸의 재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2005년 어느 날 딸 실크가 가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자 르콤 목사는 “당장 스튜디오를 찾아보자”며 이끌었다. 실제 이들은 스튜디오 여섯 곳에서 오디션을 봤다. 이 가운데 한 곳에서 녹음을 했다. 첫 곡이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를 사랑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각 고등학교 축제와 각종 페스티벌에서 연이어 초청받았다. “미국사람 반, 한국사람 반인 제가 스와힐리어로 노래를 부른 게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실크는 1년 후 아프리카 등 여덟 곡을 모아 첫 앨범 ‘아웃 오브 더 마우스 오브 베이브스’를 냈다. 이때부터 스타 대열에 들었다. 현지의 유명 복음성가 가수 링톤과 듀엣을 했다. 실크의 스와힐리어 랩은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현지의 인기 차트에서 2∼4등이 모두 실크의 노래였다. 여세를 몰아 14세 때 2집 ‘슈퍼스타 지저스’를 냈다. 케냐의 일간지 ‘네이션’은 그를 집중 보도했다. 올 초에도 커버스토리 표지모델로 소개됐다.
어려움도 있었다. 학업이 문제였다. 각종 무대에 서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약속을 안 지키는 음악 관계자에게 실망도 했다. “만나기로 하고 안 나타나요. 수업까지 빼먹고 1주일 동안 기다린 적도 있어요.”
실크는 10대이지만 목적의식이 분명했다. “여기 아이들의 비전은 너무 작아요. 적당한 집에 사는 것, 운전기사가 되는 것이 다예요. 이들에게 진짜 꿈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이것이 제가 가수가 된 이유예요.”
그는 케냐에, 아프리카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곳 친구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사랑이 많아요. 늘 베풀고 싶지만 주지 못하는 것에 가슴 아파해요. 아프리카를 정말 사랑해요.”
실크는 아프리카를 위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외교관이 돼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미국 유명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외교관 꿈은 여러모로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머니 역시 하나님의 비전을 먹고 사는 임은미(46) 선교사다. 그는 “30세에 목사, 37세에 대학교수라는 꿈을 꾸며 기도했더니 정확히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올해 46세에는 케냐의 국영방송 토크쇼 진출, 5년 뒤에는 오프라 윈프리를 능가하는 진행자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꿈이 없으면 개꿈이라도 꿔라”는 강의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나이로비(케냐)=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