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한글날… 그리고 우리 말· 우리 글

입력 2010-10-06 17:43


지난 9월 9일 첫회를 선보인 ‘구술회고록’에 대한 반응은 청·장으로 나뉘었습니다. 젊은층은 “방언 같아 읽기가 힘들다”였고 장년층은 “어머니나 마을 어른들 얘기 듣는 것 같아 좋았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입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원문’을 전하는 방식이었기에 사투리가 나올 경우 이해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각주를 달았어도 말입니다.

‘구술회고록’은 독창적인 포맷은 아닙니다. 1980년대 잡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에서 가져온 유산으로 봐야 합니다.

입말은 말에 생명력이 있어 문어(文語)보다 훨씬 호소력이 빠릅니다. 또 기층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의 복구를 통해 퍼즐을 맞춰 가듯 그림을 그려 나가다 보니 종국에는 ‘역사’가 됩니다. 역사 연구의 한 방법으로 구술사 또는 미시사라고도 합니다. ‘이웃’에선 교회사라고 해야겠습니다.

‘이웃’의 회고록 등장인물은 60대 이상의 여성 교인입니다. ‘양이(洋夷)의 기독교’가 가부장적 억압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구원으로서 다가들었던 것은 박해 받던 이스라엘 민족이 갈구했던 메시아 신앙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의 김점시 할머니의 고백도 그러하듯 예수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가시밭길의 자초였습니다. 약한 자 힘 주시는 하나님과의 대면이었지요.

이 일을 이경선 기자가 합니다. 부서의 유일한 여기자인데 다른 기자를 투입하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구술하는 할머니들이 남자 사진기자만 옆에 있어도 문득문득 멈추곤 해요”합니다. 남정네들에게 고백하기 힘든 한이 무엇인지 우리 어머니들을 보면 알 것입니다. 우리말의 재발견이기도 합니다. 곧 한글날입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