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日 금리인하 효과… 기업 자금조달·엔고 저지에는 힘 못쓸 듯

입력 2010-10-06 21:37

일본은행(BOJ)의 사실상 제로금리 복귀 조치는 정책 당국자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하락 현상) 공포에 빠진 일본 정부는 중앙은행이 이런 ‘과감한’ 조치를 취해 주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이번 BOJ의 조치는 경제회복에 효과가 있을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BOJ가 ‘전폭적인 양적 완화’라고 밝힌 이번 조치조차도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번 조치는 제로금리로의 인하, 제로금리 상당기간 유지, 자산매입기금 추가 조성 등 세 가지가 골자다. 하지만 이전의 0.1% 정책금리도 워낙 낮아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는 미약하다고 FT는 평가했다.

또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BOJ가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의미 있는 건 5조엔의 자산매입기금 추가 조성을 통해 상장투자신탁, 부동산투자신탁 등을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행 계획이 분명하지 못하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도 “각각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합쳐지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일본 내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5일 보도했다. 기존에도 금리는 낮았으나 기업의 은행 대출은 거의 정체 상태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오히려 자금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 빌리기가 쉬워지면 정책자금 등에 의존해 간신히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의 퇴출만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BOJ가 이번 조치에 기대하는 효과 중 하나는 엔화가치 하락이다. 엔화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금리가 낮아지면 국제자본이 금리가 보다 높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면서 엔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도쿄미쓰비시-UFJ의 한 전문가는 일시적으로 엔고를 저지시킬 수 있겠지만 엔고 흐름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번 조치가 충분치 못하다며 일본 정부가 다음에 내놓을 재정정책 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