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탈북 관련기관 활동가가 말하는 한국 교회의 탈북자사역

입력 2010-10-06 16:59


[미션라이프] 남한 내 탈북자가 2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역은 ‘통일 예행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교회는 어느 기관보다 활발하게 대 탈북자 사역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사역의 방법이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탈북자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탈북자가 진정 남한 사회에서 원하는 것은 돈이나 출세가 아니라 인격적인 배려와 사랑이라고 말한다. 탈북자로 국내 1호 목사가 된 새터교회 강철호(42) 목사, 역시 탈북자인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김철훈(30)씨,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정재훈(30) 연구원의 말을 들어봤다.

#A교회는 지난해 가을, 탈북자 선교단체들을 초청해 후원의 밤을 가졌다. 교회, 학교, 기관 등 여러 탈북자 사역 단체가 참여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교회의 요청으로 북한의 민속공연도 펼쳤다. 이들에겐 박수와 함께 장학금이 주어졌다. 탈북 청소년들은 기분이 좋았을까. 다시는 그런 교회 안가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 같았다는 것이다.

#탈북자 B씨는 일부러 한 대형교회에 출석했다. 교회 규모가 커야 탈북자 신분을 숨기고 신앙생활도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교회 등록 과정에서 그가 탈북자인 게 알려지고 말았다. 교회 식당에서 그를 알아본 한 장로는 자신의 고기반찬을 들어주며 B씨에게 “북한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많이 먹으라”고 말했다. B씨의 심정이 어땠을까. 마치 거지 취급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B씨는 다음주 탈북자로 구성된 교회로 옮겨버렸다.

사례에서 보듯 목회자나 장로에겐 모두 ‘탈북자를 돕고싶다’는 선한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강 목사는 탈북자 사역을 하는 한국 교회가 은연중에 금전 우선주의나 우월감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자가 자신의 교회에 많이 나온다는 걸 자랑하는 목회자들도 있다”며 “이런 경우 탈북자는 교회에 적응하기는커녕 오히려 교회를 등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탈북자들을 섬기겠다는 열정으로 탈북자 사역부서에 지원했지만 정작 탈북자를 대하고 나서 자신도 어떻게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성도를 본 적이 있다”며 “은연중에 탈북자들을 경시하는 그 성도의 말을 듣고 탈북자들이 오히려 더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탈북자를 위한 바람직한 사역은 어떤 것일까. 정 연구원은 교회가 탈북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은 돈이 아니라 공동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은 탈북 과정에서 심각한 가정 파괴를 경험한다.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교회 공동체라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탈북자가 교회 공동체에 연결될 경우 탈북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교회가 섬세하게 돌볼 수 있다”며 “이런 공동체를 통해 탈북 청소년은 필요한 학습을 받고 친구, 멘토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M교회는 탈북 청소년과 남한 청소년이 반반씩 공동체를 이뤄 교육과 상담을 하고 있다. 탈북자 출신 사역자가 인도하는 N교회 청년회는 매주 50명의 탈북 대학생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들은 남한 대학생들과 ‘멘티-멘토’ 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각종 학습, 장학금까지 지원받는다. 정 연구원은 “탈북청소년 지원 기관이나 교회를 물질이나 자원봉사로 후원하는 것도 탈북자 사역의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사역을 남한 사람이 아닌 탈북자가 맡는 것도 설득력 있는 방법이다. 강 목사는 “탈북자 사역을 한다고 생색내는 곳에 한두 명 탈북자 출신 사역자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탈북사역 기관에 탈북자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탈북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탈북자라야만 성공적인 탈북자 사역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사역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북자를 향한 애정과 배려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김씨는 “탈북자들 대부분은 교회 생활이 마치 주체사상 교육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탈북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교회를 다니고 신앙을 가지라고 강조하기보다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탈북자의 고통에 동참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처받은 영혼들인 탈북자들의 치유를 위해서는 교회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어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탈북자들도 금방 마음을 열고 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탈북 청소년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기 위한 생각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아주거나 그들이 만든 밥과 반찬을 얻어먹는 것으로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강 목사는 “한국 교회가 탈북자들을 향해 뜨거운 사랑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랑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마음일 때 성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사랑을 받는 사람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적인 탈북자 사역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