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이유있는 ‘주유카드 혈전’

입력 2010-10-06 18:30


신용카드 회사들이 주유카드(주유소에서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유카드 전쟁’을 외치며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주유 할인은 기본이다. 대중교통 요금 할인, 자동차 정비 서비스 등 파격적인 추가 조건까지 붙였다.

왜 카드회사들은 주유카드 시장에 눈독을 들일까. 지갑에 2∼3장은 들어 있을 만큼 포화상태인 주유카드 시장에 전력투구하는 이유가 뭘까.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유카드는 시장 지배력과 직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주유카드로 사용하는 카드가 주로 사용하는 카드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고객에게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범용카드(특정 분야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카드)로 만들 수 있는 업종으로 크게 쇼핑·가전·자동차·주유를 꼽는다. 이 가운데 쇼핑·가전·자동차는 특정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만 한다. 아무래도 관련 계열사가 있는 카드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반면 주유카드는 모든 주유소와 마케팅이 가능하다.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을 해주고, 모든 주유소에서 포인트 적립을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카드 사용이 다른 부문보다 자주 일어나 이용회원 수를 늘리고 우량회원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유리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와 달리 점차 주유 할인이라는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무래도 대형마트 등을 찾아 카드 결제를 하는 횟수보다 차량에 기름을 넣는 횟수가 더 많은 데다 기름값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라며 “주유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카드 정보 인터넷 커뮤니티인 ‘카드고릴라’가 6월부터 3개월 동안 방문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카드 혜택으로 주유 할인을 꼽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잇단 주유카드 출시를 대대적인 고객 쟁탈전의 신호탄으로 본다. 업계 2위인 KB카드 분사, 전업계 카드사의 공격 마케팅 등으로 카드시장이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각 카드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선수를 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전업계 카드사가 활발하게 뛰고 있다.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범용 주유카드를 내놓는가 하면 단골 주유소에서 받는 할인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무료 점검, 타이어 수리, 카드 사용금액을 주유 포인트로 전환, 각종 부가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