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日 제로금리 복귀… 먼저 방아쇠 당겨”
입력 2010-10-06 21:37
“일본이 각국 중앙은행 간의 새로운 환율전투에서 가장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5일 사실상 제로금리 복귀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블룸버그 통신의 평가다. 도미노 현상을 유발하며 격렬하게 전개될 환율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그동안의 신중론을 거두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주요 7개국(G7)도 8일 미 워싱턴에서 개막되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때 비공식 접촉을 갖고 이를 논의키로 했다. 지구촌 환율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방아쇠는 당겨졌다=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BOJ가 고강도 통화전쟁의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 “효과가 있든 없든 상당수 나라들이 일본을 따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OJ의 전격적인 조치는 IMF가 지난주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3.75%)보다 낮을 것이라고 밝힌 이후 나왔다. 다른 나라들도 일본과 비슷한 처지라는 얘기다.
BOJ의 조치는 선진국 중앙은행이 취해 온 선을 넘어선 것이다. BOJ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가 될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당장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벌써부터 Fed가 국채 매입 등 2차 양적 완화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채권펀드인 핌코는 5일 보고서에서 이같이 예상하면서 “요점은 미국 경제의 성장 궤도가 너무 완만해 정체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BOJ도 Fed의 다음 행보를 보고 추가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중앙은행도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중앙은행도 금리인상을 유예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IMF, 화는 냈지만=칸 IMF 총재는 6일 일본의 금리인하 조치 직후 통화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그런 우려를 일축했던 그였다. 그는 “통화를 경기회복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인식이 잘못 퍼지고 있다”며 이런 식의 접근은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IMF가 통화전쟁의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 고위 관리는 IMF가 보다 힘 있고 분명히 자신들의 감시권한을 행사해 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문제는 IMF가 사용할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IMF는 수년 전 무역불균형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포함된 다자간 감시시스템을 구상했지만 실패했다. 더욱이 중국 브라질 등 주요 개도국이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해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8일 G7 회의에서 갖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 결과도 주목된다. 일본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이 회의에서 각국에 이번 조치를 해명할 예정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