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꼬리표를 달아주자
입력 2010-10-06 17:49
미국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의 장편소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는 17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에서 일어난 간통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늙은 남편보다 먼저 미국으로 건너와 혼자 살고 있는 젊은 헤스터는 펄이라는 사생아를 낳는다. 헤스터는 간통한 목사 딤스데일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간통을 뜻하는 A(adultery)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라는 형을 받는다.
헤스터는 삯바느질을 하며 펄과 어렵게 살면서도 가난한 이웃을 돕지만, 딤스데일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면서도 교인들에게 설교하는 위선적인 생활을 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헤스터의 남편이 돌아와 딤스데일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딤스데일은 죄를 고백하고 숨을 거둔다. 미국 청교도들의 위선과 도덕적 완벽주의자들을 비판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교도 사회가 헤스터에게 달아준 A는 사회적 꼬리표나 다름없다.
법무부는 지난 8·15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자 가운데 성폭력범 19명, 살인범 90명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 2008년 9월 전자발찌제도가 시행된 뒤 하루 집행인원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전자발찌를 달고 있는 사람은 233명. 법무부가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대상자가 6900여명에 달하고, 미성년자 유괴범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 법 조항이 신설돼 앞으로 전자발찌 부착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발찌는 사법적 꼬리표라고 하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4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공기업 부채 문제는 누구 책임인지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공기업은 정부를 대신해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기업 부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고, 재정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가직접채무는 359조6000억원, 공공기관 부채는 310조6000억원에 달한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국가직접채무, 보증채무, 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 등 광의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63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나랏빚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심성 정책 때문에 공기업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결딴나는 수가 있다. 공기업 선진화에 역행한 정치인과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경영진에게는 반드시 꼬리표를 달아줘야 한다. 부채 주범이란 반경제적 꼬리표를.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