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출신 엄마 숨진 후 아빠마저 사망 ‘흑진주 삼남매’ 하나은행이 돌본다

입력 2010-10-06 19:18

하나은행이 고아가 된 다문화가정의 10대 삼남매를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돌봐주기로 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흑진주 삼남매’로 불리는 아이들은 가나 출신인 어머니 로즈몬드 사키씨가 2008년 4월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데 이어 2년 만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딱한 처지에 놓였다. 친척들은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혼혈 조카들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않아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6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들의 사연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달 9일이다. 외국인근로자 지원 전문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과 하나은행이 다문화 금융서비스 지원 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인 김해성 목사는 행사에 참석한 김정태 행장에게 삼남매 사연을 알리면서 특별 지원을 요청했다.

하나은행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회의를 했다. 일회성 지원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나이까지 꾸준히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논의 끝에 하나은행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삼남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 및 학자금 보조 명목의 필요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살고 있는 곳 근처의 하나은행 임직원 자원봉사단원들을 양육 멘토로 정해 아이들을 자주 찾아보기로 약속했다.

하나은행은 아이들의 얼굴 사진이나 신원 공개를 꺼렸다. 피부색 때문에 알게 모르게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더 큰 상처를 안지 않기를 바라서다. 김 행장은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문제는 매우 심각해 지원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