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용엽] 의료관광에도 품질관리를

입력 2010-10-06 17:56


지난해 의료관광산업이 국가 신성장동력 17개 과제에 선정되고 의료법상 외국인환자 유치·알선이 허용된 이후 관련 산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이란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치료·수술 등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그 동반자가 이와 병행해서 관광하는 것을 말한다. 또 의료법에서는 ‘외국인환자 유치’로 표현하면서 유치의료기관과 유치업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진료(Global Healthcare)를 뜻하는 것으로 의료관광과 같은 의미이다.



이처럼 환자가 다른 국가의 의료기관으로 관광하는 이유는 진료비용이 저렴한 곳, 의료수준이 높은 곳, 진료대기시간이 짧은 곳으로 찾아가고자 하는 의료서비스 선택의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다. 2010∼2012년 세계시장은 의료관광객수 4000만명과 매출액 1000억 달러에 이르고, 우리나라는 각각 10만명과 900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다보니 의료관광은 수익성과 고용창출 등 경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이미지 높일수 있는 기회

그런데 지구촌사회에서 의료관광은 하나의 산업 내지 경제효과 이상의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의료관광을 통해 인류의 건강증진과 질병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국제적 이동을 뜻하는 해외의료봉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국제적 이동을 뜻하는 의료관광은 적정비용을 전제로 하는 경우 질병 없는 인류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일종의 국제적 사회공헌활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의료관광을 국격(國格) 제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다음과 같이 의료관광에 대한 적절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유치의료기관의 특성화를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 현재 등록된 유치의료기관은 1800여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60% 정도는 실적이 없다는 조사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실한 의료관광 콘텐츠를 양산함으로써 한국의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전파시킬 수 있다. 실적이 없는 경우 등록을 취소시키자는 의견도 있으나 그보다는 의료관광특화상품 인증제를 도입하여 특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실익이 있다.

둘째, 의료관광객 유치·알선업자의 전문화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 등록된 유치업자는 190여개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관광은 의료분야 지식과 통역능력을 갖춘 전문 에이전시의 활동이 요구된다.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교육을 받은 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고용해서 외국인환자와 유치의료기관 사이에서 원활한 중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관광계약서·진료계약서·환자동의서 등의 관련 문서 작성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관광분쟁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의료관광에서는 언어 차이에 따른 오진 및 의료분쟁 발생가능성과 국가마다 상이한 법체계나 손해배상시스템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의료분쟁 발생 시 중재·조정 등 합의방식을 명시한 진료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는 의료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입법적으로는 의료분쟁조정법 제정법안에 외국인환자 관련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

관련산업 전문·법제화해야

넷째, 외국인진료수가(국제수가)와 알선수수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유치의료기관이 받는 진료비는 내국인 대비 150∼300%, 유치업자가 받는 알선수수료는 진료비 대비 10∼50%로 편차가 큰 편이다. 이것은 유치의료기관 간 또는 유치업자 간 과다한 가격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의료관광의 질을 저하시키고 의료관광객 유치를 저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 제정 또는 법제화를 통해 국제수가 및 알선수수료를 적정화시킴으로써 외국인의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용엽(경희대 의료산업연구원·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