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자바오 총리의 “오해”와 불편한 진실

입력 2010-10-06 17:56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에 찬성했고 사건 희생자에 대해 여러 차례 애도의 뜻을 밝혔으며, ‘사건을 일으킨 측’에 대한 규탄의 뜻도 여러 차례 천명했다”며 자못 억울하다는 투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양국 정상의 회담에서 나온 말이라고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이 전했다.



굳이 전문(傳聞)임을 강조한 것은 원 총리를 믿기 어려워서다. 천안함 사건 후 4월 30일 상하이 한·중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오로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정상회담 사흘 뒤의 김정일 중국 방문에 대해서 일언반구가 없었고, 우리 정부의 조사단 참가 제의는 거부했다. 합동조사단이 어뢰 잔해 등 증거와 함께 북한 소행임을 밝혀내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유엔에서 강력한 북한제재 결의를 끌어내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좌절시켜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격을 낮췄다. 그러고서 우리가 “오해”를 하고 있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원 총리를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그는 9월 초 중국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정권 후계자로 김정은이 거론되는 것은 “서방세계의 잘못된 루머”라고 말했다. 카터가 ‘카터 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다. 카터는 그 며칠 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를 데려오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카터가 평양에 도착한 날 김정일은 김정은을 데리고 3대 세습을 신고하기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을 향했다. 그럼에도 원 총리는 카터에게 김정은 세습을 부인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북한 노동당대표자회가 열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카터는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받은 다음날 비행기 안에서 복통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흘 뒤 퇴원했다. 중국은 최근 일본과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의 갑작스런 립 서비스는 한·일 간 독도 갈등을 염두에 두고 대일 공조를 모색해 보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좋아할 일이 아니라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