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응책 있나
입력 2010-10-06 17:56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불과 십여 일 전만 해도 1달러 당 11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어제 서울외환시장에서 1118원으로 마감했다.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온 만큼 원화 강세는 예고된 것이다. 다만 최근의 환율 급락세는 외부 요인이 가세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급락세가 걱정이다.
세계는 지금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 돈 가치를 낮춤으로써 경기 회복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미 하원은 환율 조작국에 통상 제재를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시종 이를 거부하고 있어 환율전쟁은 쉽게 마무리되기 어려운 듯하다.
일본도 엔화 약세 유도에 적극적이다. 지난달엔 6년반 만에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효과가 없자 5일 일본 통화 당국은 기준금리를 0∼0.1%로 낮춰 사실상 4년 3개월 만에 제로금리로 회귀했다. 더불어 5조엔 상당의 자산매입기금을 창설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낮춰 외국 자본 유입을 막아보겠다는 의도와 함께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추가 양적 완화는 미국도 거론하고 있고, 영국 EU 등도 합세할 태세여서 넘치는 돈이 세계 각지로 파고들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세계 곳곳에 유동자금이 넘치면서 각국의 주가를 띄우고 있다. 코스피지수 1900선 돌파도 그 연장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자본은 환율 급락을 낳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를 낮춰주는 이점도 있으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지금의 환율 하락세가 정상적인 원화 강세라기보다 달러화 약세에 기인한 바 크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린 단기 외국 자본의 유출입이 특히 걱정이다. 외환 당국이 외국환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를 통해 적정 외환 취급 규모가 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당장은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환율 하락의 속도 조절을 꾀하되 장기적으로는 외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