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대원 은준관 총장 최초 고백 "1978년, 갈라진 감리교 중재자는 나였다"
입력 2010-10-06 10:23
[미션라이프] 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사진) 총장이 1978년 감리교 합동 총회의 중재자가 자신이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은 총장은 최근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속 교단인 감리교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란 질문에 “처음으로 발설하는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68년부터 감리교신학대 교수로 재직하던 은 총장은 1974년 초 정동제일교회측으로부터 담임목사를 제의받는다. 당시 감리교단은 교단 내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심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다가 74년 10월 법통측이 김창희 감독을 선출된 데 이어 감독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는 갱신측이 그해 12월 마경일 감독을 선출하면서 교단은 분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정동제일교회는 당시 교단 정치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담임목회자들이나 교인들도 우환을 겪기 일쑤였다. 은 총장은 그런 교회에 부임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교회의 요청은 집요했다. 은 총장은 불가능한 제안을 했다. ‘정동제일교회가 중립을 선언하면 부임하겠다’고 한 것. 결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이 같은 은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어쩔 수 없이 은 총장은 75년 2월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교단 정치에 일체 관심이 없었던 은 총장은 목회와 성경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4년에 한번씩 열리는 교단 총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인 은 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게 이때를 위함이 아니겠느냐”며 에스더서 말씀을 인용하며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은 총장은 이들의 요구를 묵살하지 못했다. 78년 총회를 앞둔 어느날 은 총장은 법통측의 김 감독과 갱신측의 마 감독을 정동제일교회로 불러들여 중재에 들어갔다. 증인 2명이 더 배석한 이 자리에서 은 총장은 5시간만에 둘 사이를 화해시켰다. 이렇게 해서 78년 10월 합동총회가 열렸고, 갈렸던 두 총회는 하나가 됐다. 은 총장은 “두 선배님을 모시고 화해시키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한국 교회의 앞날을 생각해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 총회에서는 단일감독제를 연회감독제로 바꿨다. 은 총장은 이에 대해 “연회감독제에 의해 감독이 여러 명 되면서 감리교에도 파벌이 생겼다”며 “감독을 서로 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치적으로 더욱 가열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금은 감독제도가 완전히 정치화됐다. 돈정치, 파벌정치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교단 정치에) 개입 안하고 있고, 지금 진정세로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다른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감리교 사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것은 신학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감리교든 장로교단이든 한국 교회는 하나님나라 백성 공동체로 전환하느냐 안하느냐에서 출발해야지 또 다른 법과 제도를 만들어 방향을 제시하는 것엔 결코 동의할 수 없고 희망도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