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화학슬러지 100만㎥ 유출
입력 2010-10-06 00:38
헝가리 정부가 알루미늄 생산단지의 독성 화학 슬러지가 광대한 지역으로 유출됨에 따라 3개 주(州)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120여명이 부상한 상황이다.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서부 아이카시 아즈카이 팀폴드갸르 알루미늄 생산단지에서 슬러지를 저장해온 댐이 터지면서 알칼리성 슬러지가 대량 뿜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 AP통신 등 해외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슬러지는 산업폐기물의 일종으로 물속 부유물이 침전해 진흙 상태로 된 것을 가리킨다. 부상자 대부분이 슬러지에 의한 화상을 입었다.
헝가리의 일레스 졸탄 환경차관은 이날 오전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지금까지 100만㎥에 달하는 슬러지가 유출됐으며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4만㎢ 지역이 오염돼 수천명의 주민을 위태롭게 하는 환경 재앙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는 6일까지 슬러지가 덮친 베스프렘주. 머르철강과 인근 토르나 지류가 지나는 제르 모손 소프론, 버시 등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아이카시에서 유출된 독성 슬러지는 베스프렘주 데베체르, 콜론타르, 솜로바샤레이 등 3개 마을을 덮쳐 교량과 수백채의 집이 파손됐고 주민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현지 주민은 폐기물이 약 2.5m 높이로 쌓여 있다고 전했다. 슬러지는 현재 주변 지역까지 퍼지면서 동식물 생태계를 빠르게 파괴하고 있다. 이 슬러지는 머르철강에 도달한 뒤 다뉴브강 지류인 라바강을 거쳐 다뉴브강 본류까지 오염시킬 위험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뉴브강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흑해로 흘러가는 국제 하천으로 동유럽 국가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용 헬리콥터들이 머르철강에 슬러지를 중화하는 물질을 뿌리고 있고, 슬러지가 흐르는 것을 막고자 수백t의 석회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슬러지의 피해 여부를 두고 정부와 생산단지 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졸탄 차관은 “방사성을 띤 이 슬러지는 수거돼 중성화돼야만 환경 재앙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환경단체들은 “수년간 사고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면서 “2003년 보고서에서 슬러지 댐이 붕괴될 경우 3000만t이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부가 묵살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는 “1t의 알루미늄 생산에 2t의 유독 폐기물이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생산단지를 소유한 MAL사는 성명을 통해 유출된 슬러지는 유럽연합(EU) 폐기물 규정에 따를 경우 해로운 폐기물로 간주되지 않으며 슬러지 구성물은 물에 녹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