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죽쑤는데 해운대 화재까지… 주상복합 분양 ‘공황’
입력 2010-10-05 18:42
‘진짜 불난 집에 부채질이네….’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해야 하는 건설업계가 울상이다.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나쁜데 부산 해운대 화재 이후 주상복합아파트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양이 더욱 안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 3분기 분양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5일 올해 분양 실적이 926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9049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역별로 수도권에서 지난해보다 64.2% 줄어든 4234가구만 분양됐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 5대 광역시 분양 역시 59.2% 감소한 2333가구에 그쳤다.
분양이 줄면서 3.3㎡당 분양가도 내려갔다. 전국 평균은 97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69만원보다 100만원가량 떨어졌다. 1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6년 3분기 이후 4년 만이다. 1순위에 청약 마감된 아파트는 2곳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은 더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부의 상징’으로 등극한 이후 주상복합단지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창문을 열 수 없어 환기나 통풍, 일조가 잘 안 되고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2배 정도 비싸다는 점 등이 제기되면서 인기가 주춤해졌고 부동산 시장 불황까지 겹치면서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업계 관계자는 “커뮤니티센터 등이 주상복합의 인기 요인으로 꼽혔지만 요즘 지은 아파트들의 시설이 더 좋아 인기 요인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여기에 해운대 화재 화면을 본 수요자들이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4분기에 분양될 물량은 3400가구 정도로, 대부분 서울 용산과 경기도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물량이지만 계획대로 분양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분양가를 인근보다 낮추고 최신 건물은 비교적 화재에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