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교 교장이 10억대 ‘입학 장사’… 한양초교 전 교장 2명 영장
입력 2010-10-05 18:41
서울 시내 한 사립초등학교가 돈을 받고 100명이 넘는 학생을 부정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만 무성했던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장사’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일 입학전형에서 탈락한 학부모들로부터 부정입학 대가로 1인당 1000만원씩 받아 비자금 18억여원을 조성한 혐의(횡령 등)로 한양대 부설 한양초등학교 전 교장 오모(64)씨와 조모(63·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각각 교장으로 재임하던 2004년부터 올해까지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학생 118명을 정원 외로 입학시켰다. 오씨와 조씨는 이런 방식으로 조성된 발전기금과 이들 학생의 수업료를 학교 교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시켜 각각 16억6000여만원, 1억6000여만원 등 18억20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했다.
이들은 학교 비품 구매나 학교회계에 전입된 금액을 제외하고 각각 3억5600만원과 6560만원을 교사 회식비와 개인 생활비 등으로 횡령했다. 조씨의 경우 학교 시설 공사업체 7곳에 사업권을 준 대가로 2560만원을 받기도 했다.
공개추첨으로 입학하는 사립초등학교에서 정원 외 입학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경찰은 부정 입학생 명단을 관할 교육청에 보내 전학조처토록 했다.
경찰은 상류층 부모들이 교육환경이 좋은 사립학교를 선호하고 있어 이런 비리구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부정입학 대가로 돈을 건넨 학부모 중에는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남에는 사립학교가 반포동의 계성초밖에 없어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비교적 가까운 한양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양초의 지난해 입학 경쟁률은 2.6대 1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 교육청이 매달 학교에 장학지도를 나갔지만 정원 외 입학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관리가 부실했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A학교 입학은 2000만원’ ‘B학교는 3000만원’이라는 식의 얘기가 많아 다른 학교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보이스카우트 운영비 986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같은 학교 교사 조모(48)씨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영어교재 업체로부터 1060만원을 받은 영어교사 송모(44)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교장들의 비자금 관리를 도운 행정실장 정모(59)씨와 학교 공사 하청을 받기 위해 금품을 제공한 가구업체 대표 강모(52)씨 등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