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총리회동… ‘영토갈등’ 일단 봉합?
입력 2010-10-06 03:01
중국과 일본 총리가 전격 회동하면서 갈등을 빚어오던 양국 관계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4일 밤(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회의장에서 회담을 가졌다. 양국 최고위층 간 회동은 지난 7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부근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이 중국 어선과 어민을 나포한 이후 처음이다.
양국 총리는 정식 정상회담 형식은 아니었고,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양국 간 관계 회복 필요성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양국 간 전략적 호혜관계를 보호하는 것이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들은 양국 간 민간교류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고 적절한 때에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시카타 노리유키(四方敬之) 일본 총리 대변인도 이날 “저녁식사 이후 두 정상의 만남이 있었다”면서 “그들은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댜오위다오 갈등 이후 중단된 양국 간 각종 정부교류 및 민간교류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각료급 교류 중단을 포함해 중·일 항공노선 증편 협상을 중단하고 석탄 관련 종합회의 연기를 선언했으며,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협상도 중지한 채 춘샤오(春曉·일본명 시라카바) 가스전에 대한 독자개발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일본과의 고위급 회담 자체를 거부해온 중국이 이에 합의한 것은 일본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양국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정상회담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필요에 따라서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간 총리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회동 당시 원 총리와 간 총리가 각각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 “센카쿠는 일본의 영토”라고 팽팽히 맞서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신화통신은 원 총리가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고유한 영토라는 사실을 거듭 설명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간 총리는 회동 직후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원 총리에게 센카쿠열도가 일본 영토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다음 달 미국 제7함대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로 훈련이 이뤄질 경우 또다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