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 몰려오는 달러 맞서 ‘환율방어’ 나섰다
입력 2010-10-05 22:30
외국자본이 연일 물밀듯이 밀려들면서 연일 치솟는 원화 가치(환율 하락)에 속앓이를 하던 외환당국이 ‘우회적’ 시장 개입 수단을 찾아냈다. 그 수단은 외국환은행에 대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특별 공동검사이다.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명분도 그럴듯했다는 평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글로벌 환율 전쟁에 우리도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달러 유입에 칼 빼든 당국=한은과 금감원이 이번 검사에 대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지난 6월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의 이행상황을 점검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외환유출에 따른 우려 때문에 나왔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외국인 주식은 74억 달러, 외국인 채권은 134억 달러가량이 순식간에 유출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달러 약세를 틈타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국내시장에 밀려오면서 자본유출입 억제 필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된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국내 상장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8조9900억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8월말 대비로 지난 4일에는 75원 넘게 급락했다. G20 의장국으로 직접적인 시장개입에 부담을 느낀 외환당국은 결국 3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일부터 시행되는 선물환포지션 제도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외국자본억제에 나선 것이다. 선물환포지션이란 수출기업이 환율변동에 따른 손해를 피하기 위해 은행과 환전시점 환율을 현재 환율로 고정시키는 선물환 거래를 하는데 이때 생기는 거래규모와 상태를 말한다. 이 같은 검사를 실시하면 선물환포지션 거래내역과 외은지점 채권투자의 우회거래 여부를 볼 수 있어 투기자본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검사를 통해 우리나라도 사실상 전 세계 환율전쟁에 간접적으로 발을 담근 셈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이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가치 절하를 노렸다. 전 세계가 환율 방어를 위해 나선 상황에서 우리 당국도 수수방관할 수 없어 간접적인 핫머니 통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효과는 미미할 듯=이날 장 초반 1120원대 중반에서 거래되던 원·달러 환율은 공동검사 실시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폭을 늘려 장중 한때 1137.3원까지 올랐다. 이번 검사의 약발이 어느 정도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당국이 규제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향후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타이트하게 관리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환율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상당수 외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원화강세의 흐름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서의 투기적인 매도세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현재 글로벌 자본이 한국 등 이머징 시장으로 유입되는 강도가 워낙 강해 달러 환율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