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피운 ‘키코’ 수술대 오르나… 진동수 금융위원장 “해법 찾아라” 재검토 지시

입력 2010-10-05 21:57

정부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해 은행권과 중소기업 간 벌어지고 있는 손실 책임 공방이 진화될지 주목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출산 고령화와 금융의 역할’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키코 문제와 관련해 전날 간부회의에서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할 수 있는 정책 역할이 무엇인 지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면 재검토 배경은 두 가지다.

8월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제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과 중소기업의 손실책임 공방이 가라앉기는커녕 법원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키코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액(3조1000억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되는 마당에 정부 당국은 팔짱을 끼고 있다는 비난을 염려한 것도 재검토 배경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해법은 두 갈래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검토 방안에 지원책은 당연히 포함돼야 하며 특히 ”최근 인도에서 찾은 해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수출기업들도 키코와 거의 유사한 통화옵션상품인 탄(TARN)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자 법원이 중재에 나서 은행과 기업 간 손실을 분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해법은 양측이 지루한 법정공방으로 폐해만 키우기보다는 합의에 의해 적정선의 타협점을 조기에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 대상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위 측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은행권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은행들이 현금이 달리는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패스트 트랙(신속지원제도)을 통해 보증한도를 확대 지원하고 ‘재무구조 취약 기업’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돕는 것이 골자다.

지원대상 기업은 △자기자본 대비 통화옵션상품 손실액 10% 이상 △영업이익률 3% 이상 △통화옵션 상품 손실을 제외한 부채비율 250% 이하 등의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가운데 이자보상배율 1 이상, 부채비율 300% 미만인 기업들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으로 분류돼 보증한도가 종전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확대된다. 나머지 ‘재무구조 취약 기업’은 채권단이 우선주 위주로 출자전환해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한다.

이밖에 수출보험공사의 보증과 중소기업청의 특별경영안전자금 지원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