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준금리 0∼0.1%로 인하… 4년만에 ‘제로금리’ 복귀

입력 2010-10-05 21:59


일본이 4년3개월 만에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으로 복귀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5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0.1%로 인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BOJ가 금리를 인하한 건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또 사실상 제로금리 단행은 2006년 7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BOJ는 이날 대대적인 양적 완화책도 발표했다. 당국은 35조엔 규모의 자산매입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30조엔 규모인 기존 매입 한도에 5조엔가량을 추가로 늘린 것이다. 이를 통해 국채와 상장투자신탁(ETF),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을 매입하는 형태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BOJ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경제가 견조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개선 속도는 미약하다”며 “이 같은 부진한 성장세가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선 BOJ가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하는 대신 대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선에서 추가 양적 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화당국이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건 경기 하강의 우려가 커지는 데다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현재 둔화 추세가 뚜렷하다. 지속적인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발표된 제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지수는 6분기 연속 상승했으나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엔고 여파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다. 엔고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재무성은 지난달 15일 일본은행을 통해 6년 반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해 2조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였다. 하지만 엔고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BOJ는 시중에 자금 공급을 확대할 경우 엔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엔화강세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는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1% 이상 올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